'헝거게임'·'독전', 돌아온 속편 운명 가른 시리즈의 개연성 [D:영화 뷰]

류지윤 2023. 11. 2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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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영화의 속편은 이미 기존에 확인된 성공 요소들을 보유하고 있어 높은 기대를 받는다. 원작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계에서 속편 제작은 매력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기대가 높은 만큼, 최소한 전편만큼 완성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즉 경쟁작이 전편인 셈이다.

특히 원작에 충실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내용이 부족한 경우에는 비난을 피해 갈 수 없다. 최근 속편으로 '헝거게임 :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와 영화 '독전'이 각각 속편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보여줬다.

'헝거게임 :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헝거게임: 더 파이널'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헝거게임' 시리즈는 강렬했던 혁명과 비주얼로 전 세계 42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쓴 히트작이다. 총 4편의 시리즈로 제작, 총수익 29억 6819만 달러(한화 약 3조 8278억원)를 기록했으며, 주연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이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린 여배우’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헝거게임 :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프리퀄 형식으로 동명의 베스트셀러 원작자 수잔 콜린스와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헝거게임: 모킹제이' '헝거게임: 더 파이널'을 연출한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영화는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리즈의 악역 스노우(톰 블라이스 역)의 청년 시절을 다룬다. 스노우가 청년 시절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그가 왜 현재에 이르러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며 '헝거게임: 판엠의 미로'로 귀결시켜 원점을 만든다. 연결과 독립성을 균형을 갖춘 프리퀄 형식으로 영화를 처음 본 관객들도 무리 없이 이입하며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리즈의 세계관을 연결시키는 이스터에그도 적재적소에 심었다. 시리즈의 주역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역)의 이름이 스노우와 루시 그레이가 찾은 호숫가에 피어난 식물의 이름으로 소개되는가 하면, 향후 스노우가 판엠의 대통령이 돼 잔인한 헝거게임이 시작됨을 예고한다. 영화를 처음 본 관객이라면 '헝거게임' 시리즈의 세계관에 호기심을 보이며 전편을 찾아보는가 하면, 기존 관객들은 '헝거게임'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N 차 관람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북미에서는 개봉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 중이며 월드 와이드 수익 1억 1260만 9238달러를 기록해, 제작비 1억 달러를 일찌감치 벌어 들였다.

반면 5년 만에 돌아온 '독전 2'는 혹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개봉한 '독전'의 미드퀄로, 1편의 용산역 혈투와 노르웨이의 오두막 총격 사건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다. 조진웅, 차승원이 전편에 이어 출연했지만 이들과 함께 활약했던 류준열이 빠지고 그 자리를 오승훈이 채우며, 시작부터 어려운 레이스를 예고했다.

무엇보다 1편에서 마무리 지었던 이선생의 정체를 포함한 결말까지 다시 뒤집으면서 개연성이 사라졌다. 마약 집단 수장 이선생의 정체를 두고 속고 속이는 캐릭터들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 싸움도 모두 실종됐다. 총격 액션, 태국 로케이션 등 외형적으로는 화려해졌지만, 서사가 빈약해지자 자연스럽게 새로운 캐릭터들도 호감을 사지 못했다. 큰 칼로 등장해 데뷔 후 첫 악인을 연기한 한효주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독전 2'는 무분별한 속편 제작이 갖는 우려와 부작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단순히 시리즈의 상징이 되는 캐릭터나 브랜드의 이름을 내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한 방이 필요하다. 개연성과 창의력이 부족할 경우, 존재의 이유를 잃는다. 관객들에게 재미와 경험을 제공하기보다는 상업적 목적에 의한 것으로 비쳐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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