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항마' 디샌티스 궁지…후원금 책임자 사임, 지지율은 하락

서유진 2023. 11. 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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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경선에서 한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평가받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게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후원금 총책임자가 사임하고 핵심 관계자 간 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 경선 지지율마저 최근 3위로 밀리며 캠프가 뒤숭숭하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의 슈퍼팩(정치자금 기부단체)인 '네버 백 다운'의 대표 크리스 잰코스키가 전격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잰코스키 대표는 성명을 통해 "현재 여건을 고려하면 디샌티스 대통령 선출이라는 목표는 성취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 대항마로 불렸던 미국 공화당 론 디샌티스(왼쪽) 플로리다 주지사가 연일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네버 백 다운은 지난여름에만 1억3000만 달러(약 1691억원) 후원금을 모으며 선거 캠프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 주자인 니키 헤일리 후보가 급부상하고, 디샌티스 캠프서 제작한 영상들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면서 극심한 내부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몇주 전에 네버 백 다운이 헤일리 후보와 중국과의 관계를 직접 공격하는 정치 광고를 방영하면서 디샌티스 주지사 부부까지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1일 저녁 내부 회의에서는 핵심 관계자 간에 몸싸움을 벌이기 직전까지 갔다고 NBC 방송이 전했다.


네오나치 문양 합성 영상도…캠프 직원 무더기 해고


디샌티스 캠프는 그간 여러 차례 직원들을 해고하고 캠프 예산도 삭감하는 등 삐걱댔다. 지난 7월에만 조직 효율화를 이유로 선거캠프 직원의 약 40%에 달하는 38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해고된 사람 중에는 네오나치(신나치주의)나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쓰는 ‘검은 태양’ 문양과 플로리다주의 주(州) 깃발을 합성한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온라인상에 유포한 직원 네이트 호크먼도 있었다. 영상은 디샌티스를 지지하는 익명의 트위터 계정에 업로드된 뒤 복수의 선거캠프 직원이 공유하며 널리 알려졌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보수 성향 잡지 내셔널리뷰의 전직 작가였던 호크먼은 직접 동영상을 제작했으며,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해임됐다.

디샌티스 캠프의 과격한 홍보 영상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다. 앞서 디샌티스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소수자에 지나치게 친화적이라는 내용의 영상을 공유했다가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내부 갈등이 반복되자 디샌티스 핵심 측근 일부는 네버 백 다운에서 분리해 새로운 슈퍼팩인 '파이트 라이트'를 결성했다. NYT는 "디샌티스가 추수감사절 전날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대결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7주 남긴 중요한 시점에 내부 긴장이 정점을 찍고 있다"고 평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유지해왔던 디샌티스 후보는 최근엔 헤일리 후보에 밀리며 3위로 주저앉았다. 최근 에머슨대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64%로 헤일리(9%)나 디샌티스(8%) 후보와 큰 격차를 유지했다.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AP=연합뉴스


뉴섬과 TV토론…"트럼프 독주 속 관심끌기 위한 외침"

오는 30일에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폭스뉴스에서 1대1 TV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두고 폴리티코는 "트럼프 독주 체제 속에서 ‘산소 부족’으로 헐떡이는 공화당 후보들에 있어 이런 토론회는 관심을 끌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라고 짚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다른 후보들이 다급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뉴섬 역시 올해 초 바이든을 대체할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대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미 정가에선 뉴섬이 2028년 차기 대선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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