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슬람' 극우 압승에 네덜란드 무슬림 "이류시민 되나" 공포
‘자유와 관용의 나라’로 불리는 네덜란드에서 반(反)이민·반무슬림을 기치로 내건 극우 정당이 제1당에 등극했다. 네덜란드 내 무슬림들은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면서 “이류시민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며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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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선언문에 '반이슬람' 가치 명기
PVV는 당 선언문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폐쇄, 쿠란(이슬람 경전) 사용 금지, 정부 건물에서 히잡 등 이슬람식 머리 스카프 착용 금지 등을 명기한 극우 정당이다.
특히 당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60)는 그간 이슬람을 “지체된 문화” “후진적 종교”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네덜란드의 탈(脫) 이슬람화’를 주장해왔다.
앞서 지난 2016년 총선 때, 빌더르스 대표는 선거 유세 중 “모로코인은 인간 쓰레기”, “무슬림 추방” 등을 외쳐 차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8년엔 이슬람 혐오와 무슬림 증오를 조장하는 단편영화 ‘피트나’를 제작 발표해 이슬람권의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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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권리 빼앗고 싶어해…공포스럽다"
네덜란드 무슬림 사회는 충격에 휩싸인 상태다. 무슬림과 정부간 연락 기구에서 일하는 무흐신 콕타스는 “법치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는 정당이 네덜란드에서 이렇게 득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선거 결과는) 너무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내 모로코인을 대표하는 단체를 이끄는 하비브 엘 카두리는 “고통과 두려움이 엄습한다”면서 “빌더르스는 우리를 이류 시민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가 이토록 많은 지지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며, 이 나라에서 무슬림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당 덴크(DENK)의 대표인 스테판 판바를러는 PVV의 승리에 대해 축하 메시지를 거부했다. 그는 “빌더르스는 무슬림의 권리를 빼앗고 싶어하며, 이번 선거 결과는 법치 국가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PVV의 승리가 가져올 위협과 차별에 맞서 더욱 더 열심히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등극은 미지수
한편, 빌더르스는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되겠다”며 총리직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네덜란드에서 제1당이 총리를 맡지 않은 경우는 1982년 이후 연정이 마지막으로, 통상 제1당에서 총리를 배출했다.
하지만 그가 소속된 PVV는 2017년 창당 이래 한번도 연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PVV의 극우 이념에 반대한 다른 정당들이 손잡기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빌더르스 대표의 친정이자 현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의 딜란 예실괴즈-제게리우스(46) 대표는 PVV가 총리를 맡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PVV와의 연정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분석가 케말 일디즈는 “빌더르스는 연정에 참여하려면 자신의 급진적인 의견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네덜란드가 그의 뜻대로 굴러가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가디언은 네덜란드의 이번 연정 협상이, 총선부터 연정 구성까지 271일이 걸렸던 2021년보다 훨씬 길고 복잡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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