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바뀌니 TV 프로가 바뀐다…대중문화 속의 여성 변천상
현실에서나 현실을 반영하는 문화 콘텐트 안에서나 '센 언니'가 각광받는다. 판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여성상에 대한 열광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중문화 비평서인 『여성, 스크린을 넘어 스토리가 되다』(조윤커뮤니케이션)의 세 여성 저자에 따르면 대중문화와 현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사회상이 달라지면 이를 대중문화가 반영하고, 대중문화를 통해 확산된 새로운 여성상이 다시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가시성의 법칙'이라는 용어로 요약하는데, 이들이 대중문화 콘텐트 분석에 나선 이유다. 대중문화를 들여다보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각각 드라마·미디어 연구자이거나 여성지 편집장 출신인 세 저자는 장르 구분 없이 관심 있는 작품을 맡아 분석하되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주관적인 관점을 덜어냈다고 한다. 캐릭터·몸·연대·모성, 이렇게 네 개의 키워드 아래 각각 4~9개 콘텐트를 다뤘다.
그 가운데 '몸'으로 분류한 콘텐트들은 그동안 사회가 요구한 특정한 유형의 몸, 가령 바라보는 남성의 욕망이 반영된 '베이글녀' 같은 몸이 아니라 여성 자신의 가치관을 담은 몸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다. 반드시 이 책 때문이 아니라, 축구에 대한, 관전이 아니라 직접 경기하는 것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뜨겁다는 점을 수시로 느낀다. 축구 하는 여성이 더는 낯설지 않다. 축구는 남성들만 하는 운동이라는 관념은 여지없이 깨지는 중이다. 이 책의 저자들도 한 온라인 업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성들의 축구용품 구매가 급증하고, 대학에 여자 축구 동아리가 속속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여성들이 집단으로 뛰고 부딪히며 대결하는 모습이 중장년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미디어가 재현했던 전형적인 여성성을 벗어난 새로운 모습에 반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호응을 보인 것은 여성주의 관점에서 볼 때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 키워드에서는 tvN 드라마 '슈룹',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연대 키워드에서는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모성 키워드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등을 다뤘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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