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준석 "신당, 10% 지지 받는다면 성공"
"창당하면 가장 어려운 역할 맡을 것"
"지금은 노아의 방주 띄워야 할 때"
"적어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 논쟁할 수 있는 당을 만들고 싶다."
지난 21일 아시아경제와 만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12월 27일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당이 변하지 않으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성역 없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정치'는 기존 정치 문법상 건드리지 않는 것들도 많이 건드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젠더 갈등이 어젠다의 중심에 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믿지 않았다. 2022년, 2023년을 지나면서 젠더 정책은 피해 가야 하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당이든 거기(젠더 정책)에 대한 명확한 관점 없이는 선거를 치르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게 갈등 해결 및 정책적 고민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와 벌였던 설전을 또 다른 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여의도에서 장애인 단체를 대하는 매뉴얼 같은 게 있다면, 만나서 '네네' 하고 돌려보낸 다음에 연락을 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서 "그분들도 한 20년 동안 그런 대접을 받으니 화가 났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박경석 대표와 장애인 이동권 관련 얘기를 하면서 '아무리 절박하다고 해도 4호선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의 발을 묶는 방식으로 시위해서는 곤란하다. 나는 보수 단체가 그런 행동을 해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두 차례(2022년 4월 13일, 5월 12일) 생방송 토론을 했다. 그는 "영상의 조회 수가 130만회 가까이 나왔는데, 아마 지금까지 장애인 단체가 했던 어떤 캠페인보다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전 대표가 보기에 지금까지 보수는 안보 문제로 상대를 '종북',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헤게모니를 유지했다. 반면 진보는 환경·노동·인권·여성 등 이슈에 대해 다른 접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우위를 가져가려 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다 지켜봤던 과정들이다. 미국도 매카시즘이 불었던 때가 있었고, PC(정치적 올바름) 주의라는 것 때문에 아무 데나 혐오를 갖다 붙이는 그런 게 있었다. 그게 또 지나치다 보니까 역설적으로 반 PC 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보수 정당이 상대를 빨갱이로 몰아간다고 해서 특별한 우위를 갖지 못할 것이다. 보수도 사회 논쟁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할 것"이라면서 "거기에 대한 훈련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정당을 한다면 그게 달라졌으면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부정 선거' 논란에 대해서도 "보수가 지성을 상실한 경우"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쫓아가야 살 수 있는 비겁한 사람들이 힘을 합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수가 더 음모론에 휘둘리지 말고, 상식적인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의 절멸을 걱정하며 지금이야말로 '노아의 방주'를 띄워야 하는 때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도 그렇고, 어려운 당을 해보니까 가장 마음 아플 때가 당을 믿고 선거에 나갔던 사람들이 우수수 떨어질 때"라면서 "1000명 이상 되는 후보들이 나가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 가면 미래의 국민의힘은 다 죽는다"면서 "오히려 거꾸로 책임감이 있으려면, 조금이라도 미래를 멀리 본다면, 노아의 방주라도 하나 띄워서 코끼리, 기린 한 마리 넣어 이 종족은 살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요즘 하루 네 끼를 먹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창당할 경우 다양한 인물로 당을 구성하기 위해서다. 이 전 대표는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식사 자리를 함께하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다만, 헤프게 접근하지는 않으려 한다. 누구를 만나는지 일일이 지금 다 얘기하지 않겠다. 만나고 상의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이 전 대표는 "모 아니면 도, 혹은 백도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모가 나오길 기대하는 방향으로 크게 가려고 한다"면서 "창당이라는 것이 그 자체 성과를 논의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창당에 성공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중 최소 몇백만 명은 저한테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소중한 기회를 저는 무겁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만약에 10%라도 지지를 받게 된다면 분골쇄신해서 새로운 형태의 정당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창당하게 되면 가장 어려운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상대 정당 유력자와 붙는 방식일 수도 있고, 지역 구도상 신당의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인 대구나 경북에서 도전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면서 "그게 무엇인지는 지금 특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이라는 것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도전을 할 때도 여럿이 같이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당 창당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오히려 금태섭 전 의원(새로운선택)과 양향자 의원(한국의희망)이 '장도 서기 전에 너무 빨리 좌판을 깐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지난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은 4월 선거를 두 달여 앞둔 2월에 창당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먼저 움직이면 제3지대의 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움직였지만 타이밍이 성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의 핵심 정책에 대한 질문에도 "지금은 정치의 시간"이라면서 "개인 이준석의 견해와 나중에 당 이준석의 견해는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모이면 그때 가서 합리적인 토의를 통해 지향점을 합의해야 한다"면서 "집합적인 구성원들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당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다 깔아 놓고 가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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