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누비는 LG 부산엑스포 버스…기업들도 막판 총력전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2030 부산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할 국제박람회기구 BIE 총회가 임박한(28일 개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엑스포 유치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 기업들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엑스포 유치를 최전선에서 지원 중이다.
◆삼성·LG 글로벌 네트워크 총동원
24일 현재 영국 런던에서는 삼성전자가 '블랙캡'에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을 담은 광고를 넣은 '부산엑스포 택시'가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메시지와 부산의 명소를 표현한 일러스트로 전면 도배된 '부산엑스포 택시'는 버킹엄궁, 웨스트민스터, 런던아이, 피카딜리 광장 등 런던 시내를 달리며 부산엑스포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중이다. BIE 총회가 열리는 파리의 샤를드골 국제공항에서는 삼성전자가 100미터 이상의 이동동선에 걸쳐 설치한 연속된 대형 광고판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본사는 물론 해외 지사도 동참해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BIE 회원국 관계자들을 접견하며 유치 활동을 펼쳤다. 인류사회를 위한 삼성의 기술 중심주의는 '인류를 위한 기술',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 '돌봄과 나눔의 장'이란 2030 부산 엑스포의 3대 테마와도 맞닿아 있다. 삼성은 2030 부산 엑스포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첨단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LG는 파리 시내버스 2028대의 측면 혹은 전면에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붙였다. 이른바 '부산엑스포 버스'다. 다양한 노선으로 구성된 이 버스들은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샹젤리제 거리 등 대표적 명소부터 파리 외곽까지 전역을 누비며 ‘달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달 1일부터 파리 도심 곳곳에 곳곳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약 300개의 광고판을 집중 배치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부산 엑스포 유치전 선봉에 섰다. 지난달엔 아프리카 BIE 회원국을 방문해 부산을 알리고 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0월에는 폴란드 총리를 예방해 “세계박람회가 추구하는 ‘새로운 희망과 미래’에 대한 소통의 장이 부산에서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글로벌 사업역량을 보유한 LG 각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도 해외 출장시 해당 국가 주요인사를 만나 부산의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엑스포 유치 지원 전담조직 꾸린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2021년 8월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전담조직(TF)을 꾸렸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그룹 차원 TF를 만든 것이다. 지난해 6월 파리에서 열린 주요국 유치경쟁 발표(PT)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양주리 현대차 연구원이 발표자로 섰다. 우리 기업이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알렸다. 이렇게 소매를 걷어붙인 건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측면지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회사 주요 경영진이 백방으로 뛰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체코·슬로바키아 등 현대차·기아 공장이 있는 나라의 총리와 만나 지지를 요청했다. 올해 3월엔 미국에 가서 현지 한국대사관과 함께 아프리카·카리브해 대사를 초청, 부산엑스포 개최 의지를 피력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9월 열린 아세안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달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각국 정상이 모이는 국제행사 기간에 맞춰 도심마다 부산 상징물을 새겨넣은 아트카를 운행했다. 자동차를 국기(國旗)에 비유했던 정주영 선대회장의 지론을 연상케하는 행보였다. 아트카 외에 부산세계박람회 로고 등을 새긴 래핑카도 전 세계 요충지를 돌았다.
온라인 콘텐츠도 선보였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산의 경쟁력과 미래비전을 담은 콘텐츠를 다양한 언어로 만들었다. 숏폼영상·카드뉴스 등 그간 선보인 콘텐츠만 80건에 달한다.
◆최태원 SK 회장은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장
SK그룹은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장 위촉을 계기로 그룹 총력 지원 체제를 가동 중이다. 그룹 경영진이 총출동하는 CEO 세미나를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었고 경영진은 이 기간 BIE 회원국 파리 주재대사 등을 만나 부산 지지를 요청했다. 일부 계열사 대표들은 수시로 바뀌는 방문 국가 VIP급 인사들 일정에 맞추기 위해 CEO 세미나 마지막 날 경영진 만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곧장 공항으로 달려갔다. 세미나 전후 일주일간 최 회장을 비롯해 SK 경영진이 접촉한 국가만 25곳이 넘는다. 이달에도 경영진은 태평양도서국, 중남미, 유럽 등을 중심으로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작년 3월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멕시코 등 주요 교섭 국가 정재계 인사를 접촉해 유치 지원활동을 벌였다. 그룹 경영진은 오는 28일 투표일 직전까지 현지 아르헨티나·탄자니아·마다가스카르 대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갖고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지난 6월 프랑스를 방문해 현지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쳤다. 김 부회장은 국내 그룹 총수 7명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고 곧바로 베트남으로 날아가 윤석열 대통령 경제 사절단에 합류해 부산 유치에 힘을 실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작년 7월 우무현 GS건설 사장을 리더로 한 그룹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원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올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참석차 방문한 스위스에서 부산엑스포 당위성을 홍보했다.
◆통신 3사도 기업 특색 살려 엑스포 유치 지원엑스포가 열린 2030년 부산 풍경을 보여주는 SK텔레콤의 도심항공교통(UAM) 탑승 체험은 지금도 인기 홍보 콘텐츠 중 하나다. 지난 4월 부산엑스포 실사단 방문 시 호평받아 6월 공식 리셉션에서도 전시했다. 또 지난달에는 파리 에펠탑 인근 센강 선착장과 선상에서 관광객과 파리 시민을 대상으로 UAM 체험을 제공했다. 부산 대표 먹거리인 떡볶이, 어묵, 씨앗호떡, 동백차 등을 제공하며 부산의 정서도 전달했다.
KT는 지난 4월 부산엑스포 실사단 방문 시 광안리 일대에 이동기지국을 배치하고, 5G·LTE 용량을 증설해 실사단 마지막 일정까지 꼼꼼하게 원활한 통신 서비스를 지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엑스포 유치 응원 메시지를 랩핑한 이동기지국을 운영했다.
CJ ENM은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콘텐츠 기업이 가진 강점을 살렸다. 지난달 파리에서 '엠카운트다운 인 프랑스'를 열고 전 세계인들에게 부산 엑스포를 각인시켰다. 당시 2만2000여명의 글로벌 팬뿐 아니라 BIE 각국 대표단과 정재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걸그룹 Kep1er(케플러)와 함께한 부산엑스포 뮤직비디오와 '신비아파트: 부기의 발명품을 찾아라!' 애니메이션 등 홍보 콘텐츠도 호평을 받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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