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차이나 쇼크’, 앨범 판매량 95% 감소, 제 2 한한령인가?

오유교 2023. 11. 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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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에스파, JYP 스트레이키즈 초동 역성장
하반기 K팝 앨범 중국 판매량 95% 이상 감소
하이브는 오히려 성장하며 '디커플링' 현상도

'차이나 쇼크'가 K팝을 덮쳤다. 올 하반기 중국 K팝 앨범 판매량이 95% 이상 줄어들었다. 사실상 시장 퇴출 수준이다. 정상급 아이돌의 중국 내 앨범 판매량 감소가 확인되면서 엔터 산업 전반의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스트레이키즈와 에스파의 초동(첫 일주일 판매량)이 각각 전작 대비 19.8%, 3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엔터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이브, SM, YG, JYP 사옥[사진=아시아경제 강진형 기자, SM, YG, JYP 제공]

기간을 넓혀보면 엔터 4사의(하이브, JYP, SM, YG) 시총 합계는 5개월 만에 6조7975억원 증발했다. 중국 판매량이 급감한 시기와 겹친다. 지난 6월 22일 21조7493억원에서 22일 종가 기준 14조951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엔터 4사 모두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였음을 고려하면 충격파가 예사롭지 않다.

“자연 감소 아닌 인위적 규제 때문”

중국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초여름이었다. 5개월 전부터 뚜렷한 역성장을 보였다. 지난 6월 대중국 앨범 수출 금액은 15만6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95만4000달러에 비해 97.7% 급감했다. 7~10월도 95% 이상 '역성장'했다. 그러나 이 기간엔 중국 판매량 감소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주요 엔터사 주력 아이돌의 앨범 판매량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스파와 스트레이키즈는 각각 SM과 JYP의 주력 그룹이다. 각각 4년 차, 7년 차인 두 그룹은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전작 판매량을 넘어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성장세가 꺾였으며 그 핵심 원인이 중국 판매량 감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20일 교보증권이 발표한 리포트를 보면 에스파의 경우 지난 5월 발매한 앨범 초동 판매량 169만장 가운데 중국 팬들이 102만장을 사들여 60.4%의 비중이었다. 스트레이키즈는 전작인 6월 앨범 초동 판매량 461만장 가운데 중국 비중은 24.7%였다. 이 물량들이 대부분 빠졌다는 것이다.

앨범 판매는 엔터사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3분기 기준 하이브는 49.1%, JYP는 41.3%, SM은 42.5%의 매출이 앨범에서 나왔다. 중국 판매량 급감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그림자 규제, 중국 경기 부진, 중국 팬클럽 간 경쟁 자정작용, K팝 성장 한계 봉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추측된다"며 "자연스러운 수요 위축이 아닌 규제당국의 개입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확실한 것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이돌은 당분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게임에 이어 이번엔 우리가 한한령의 타겟이 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이브는 ‘디커플링’, 각사 ‘현지 그룹’ 육성 주력

반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의 초동 판매량은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디커플링(전반적인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보인다. 지난 17일 엔하이픈은 앨범 발매 하루 만에 138만장을 팔아치우며 전작 초동(132만장)을 뛰어넘었다. 10월 컴백한 세븐틴은 509만장으로 K팝 역대 최다 초동 신기록을 세웠으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역시 225만장으로 전작의 기록(218만장)을 넘었다. 하이브는 수년 전부터 가동해 온 ‘확장 전략’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이타카 홀딩스·QC 미디어홀딩스 인수, 라틴 아메리카 법인 설립 등을 통해 특정 지역과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유통하는 YG플러스도 지난 10월 역대 최고 시장 점유율(57.6%)을 기록하며 수혜를 입었다.

엔터사들은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현지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하이브는 최근 미국 게펜레코드와 협업해 90일간의 오디션을 거쳐 6인조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 멤버를 확정했다. JYP 역시 미국 리퍼블릭 레코드와 손잡고 미국 현지 걸그룹 '비차'를 론칭했다. JYP 창업자인 박진영 CCO(창의성총괄책임자)는 '슈카월드' 유튜브에 출연해 "여윳돈만 있으면 무조건 JYP 주식을 살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SM은 영국 엔터사 문앤백과 손잡고 유럽에서 활동할 신인 보이그룹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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