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캠퍼스타운, 청년·대학·지역의 '상생 모범답안'

최태원 2023. 11.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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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개 창업기업 지원·197억 매출
일자리 400명·투자유치 300억
창업센터 전용공간 무료 사용

“앞으로 학생들의 창업 역량이 대학 평가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통해 ‘창업 육성’과 ‘지역 상생’을 실현해 나가겠습니다.”

장영표 경희대 캠퍼스타운 사업단장(약학대학 교수)은 2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장 단장은 경희대 창업의 요람인 ‘캠퍼스타운’ 사업을 총괄하며 학내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창업기업 육성과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노력하고 있다.

경희대는 2020년부터 서울시가 주관하는 캠퍼스타운 종합형 사업을 시행 중이다. 캠퍼스타운 사업은 청년이 창업하고, 대학은 지원하며, 지역이 협력해 청년·대학·지역이 상생하는 창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단위 사업과 종합형 사업으로 나뉘는데, 종합형 사업은 창업을 중심으로 주거·상권·지역협력의 종합적인 지역경제 활력 증진을 목표로 한다. 현재 서울 소재 16개 대학이 종합형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 삼의원창업센터 전경.[사진제공=경희대]

경희대는 이 사업을 진행 중인 여러 대학 중 가장 주목받는 곳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303개의 창업기업을 지원했고, 스타트업임에도 19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또 일자리 창출 400명, 투자유치액 3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지적재산권 및 특허도 339건 획득했다. 장 단장은 “이 같은 캠퍼스타운 사업을 경희대 및 지역 구성원들에게 성공적으로 알려 대학과 지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과의 배경에는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2020년 조성한 ‘홍릉 창업센터’에 이어 2021년 기존 기숙사로 사용되던 삼의원을 리모델링해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5628㎡ 규모의 창업기업 공간 ‘삼의원창업센터’를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현재 90여 창업기업이 꿈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입주기업으로 선정되면 전용 입주 공간이 제공되고, 집기·비품 등을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심리상담·건강검진 할인, 콘텐츠 제작 등 홍보, 제휴 스타트업 서비스 활용 등 부가적인 지원도 풍부하다. 다른 걱정 없이 온전히 창업에만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입주기업 특성을 분석한 뒤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장 단장은 “입주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혜택”이라며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기업이 필요로하는 부분의 지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열린 경희대 캠퍼스타운 데모데이 '캠타비전' 행사장.[사진제공=경희대]

그만큼 입주기업 선정은 엄격한 과정을 거친다. 선정 과정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사업 계획서를 통해 창업자의 역량을 평가하는데, 경희대만의 창업 노하우와 선발 철학이 담긴 기준이 있다. 신청기업의 창업 아이템(제품·기술·서비스) 평가는 물론이고, 창업자·고객·시장·역량·지속가능성이라는 5개 핵심 지표의 적합성을 판단한다. 다음으로는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AC) 등 창업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사업계획을 평가하고, 마지막으로 최종 면접을 통과해야 입주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다. 장 단장은 “창업기업들 사이에서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거치는 센터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창업기업들은 업계에서도 주목받는다. 한약사가 직접 참여하는 한방식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설아래’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 국내외로 제품을 대량 납품하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플랫폼 기업인 ‘마인즈그라운드’는 지난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여개 기관의 콘텐츠를 제작했고, 3D 아바타 제작 기술을 도입하는 등 메타버스 업계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희대 캠퍼스타운의 지원을 받고 있는 지오그리드 구성원들이 기술평가우수인증기업 획득을 기념하고 있다.[사진제공=지오그리드]

또 기존 물 기술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응용 기술을 융합해 건물의 배관 문제와 공급원수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제공 중인 지오그리드는 내년 CES 참가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5월 입주 당시만 해도 매출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매출 5억원에 35억원의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김기현 지오그리드 대표(경희대 경영대학원 AI비즈니스학과 22학번)는 “투자 유치부터 사업 모델링, 회계 관리 등 전 부분에서 무상 멘토링을 받을 수 있고, 캠퍼스타운 차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파악해 알려주기도 한다”며 “창업 초기에는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지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나아가 대학이 위치한 홍릉을 ‘K바이오’ 창업 메카로 만드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의료 분야 스타트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의과대학·한의과대학·치과대학·간호학과·동서의학대학원 등 6개 의학 분야 단과대를 지닌 강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장 단장은 “홍릉에는 바이오·의료 연구개발 지원시설이 밀집돼 있다”며 “지역적 트렌드에 걸맞은 국내 최대 바이오 창업 공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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