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제도 개선 '반쪽짜리' 되지 않으려면 [기자수첩-금융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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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올해 신한은행에서 운용하고 있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증권사로 옮겼다.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해 굵직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1~2%대 수준의 저조한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기저에는 고객 이탈이 빤히 예상되는 제도 개편에 금융사들이 소극적으로 나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업권 간 이해관계 조율을 통해 금융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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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올해 신한은행에서 운용하고 있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증권사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투자상품은 수익률과 상관없이 전부 팔아치워야 했다. 무조건 현금으로만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계좌 이전을 신청한 이후 은행 직원으로부터 "환매수수료와 금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까지 받았다.
물론 중도 해지하고 신규 가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간 받았던 세제 혜택을 뱉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손실을 감수하고 금융사를 갈아탄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품 수가 다양하고 수익률도 높은 증권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국내 연금은 국민·퇴직·개인연금 등 '3층 구조'로 구성돼 있다. 노후 소득 체계에서 기본소득 역할을 담당하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가 담보되지 못한다. 은퇴 후 적정 노후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대체율은 70% 수준으로 본다. 현행 국민연금이 42.5%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30%가량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으로 메워야 하는 셈이다.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해 굵직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1~2%대 수준의 저조한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그중에서도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옮길 때 보유 상품을 현금화하지 않고도 가능할 수 있도록 연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법으로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가입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내 시스템 구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아직까지도 금융사마다 제각각인 전산을 어떻게 통일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처음 기획 의도대로 제도가 마련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기저에는 고객 이탈이 빤히 예상되는 제도 개편에 금융사들이 소극적으로 나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는 업권 간 이해관계 조율을 통해 금융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가 불이익을 홀로 감당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방향을 고수해야 한다.
금융사들도 눈앞에 이익을 쫓기에 앞서 마땅히 짊어져야 하는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고금리·고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금융권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금융사들은 이 같은 압박에 못 이겨 상생금융으로 포장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금융 생활에서 피부로 체감되는 불편을 해소하는 일에 이들이 앞장서길 진정 더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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