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놀이했다간, 이자 최대 2배 토해낸다…대법 "범죄수익"
법정 이자 상한(연 20%)을 초과해 이자를 받을 경우, 국가가 범죄수익으로 추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전까지는 주로 채무자에 대한 민사상 반환 의무만 인정됐다. 즉 앞으로는 민·형사상 이중 책임을 지게 돼, 받은 이자의 최대 2배까지를 토해내게 될 수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일 미등록 대부업자가 초고율의 이자를 챙겨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정이자율을 초과해 받은 이자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 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에 해당하므로, 추징 대상이다”라고 판단했다. ‘추징 대상이 아니다’라고 본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피고인 A씨는 2020년 10월 대부 중개 사이트에 광고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을 상대로 ‘불법 대부업’을 벌이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우선 미등록 대부업체를 차린 뒤, 서울·경기·충청·경상 등에 지역별 영업소를 설치해 최대 연이율 3724% 등 살인적인 고리대금 계약을 맺어나갔다. 2021년 10월부터 2022년 6월까지 ▶대부원금 및 법정 이자 명목 등으로 10억 3163만원 ▶원금 및 법정 이자 외에 법정 최고이자율(연 20%)을 초과한 이자 명목으로 1억8747만원 등을 챙길 수 있었다.
1심은 A 씨에게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A씨가 수령한 ▶법정 이자 초과분인 1억 8747만원 ▶A씨가 스스로 추계한 매달 수익금 합계인 3억 1000만원 등 총 4억 9747만원 대해 추징 명령을 내렸다.
반면 2심은 A씨 형량을 징역 1년 2개월로 낮추며, 추징 명령을 아예 파기했다. 먼저 수익금 합계 3억 1000만원에 대해선 “A씨 추측에 의한 진술 외에 달리 3억 1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빙자료가 부족해 추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충분한 증빙이 이뤄진 ‘법정 이자 초과분’ 1억 8747만원에 대해서도 추징을 취소했다. “초과 이자 상당금액이 실질적으로 A 씨에게 귀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현행 이자제한법상 연 20%를 초과한 이자계약은 무효다. 채무자는 원금과 연 20%의 이자까지만 갚으면 된다. 만약 초과 이자를 냈더라도, 민사 소송을 통해 기존 원금을 갚는데 충당하고 원금을 갚고도 남는 금액은 반환받을 수 있다. 2심은 이를 근거로 “초과 이자는 어차피 A씨가 피해자들에게 반환해야 할 돈이니 A씨 돈이 아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정 이자율을 초과해 거둬들인 이자의 경우 국가가 추징할 수 있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부업법 위반은 구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서 정한 중대범죄에 해당한다”며 “(A씨가 법정이자율을 초과해 거둬들인 이자는) 범죄행위에 의하여 생긴 재산이고 구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추징 대상”이라고 했다. 또 2심이 ‘초과 이자는 어차피 A씨 돈이 아니다’고 본 것과 달리, “돈을 건네는 게 ‘변제’의 성격을 띨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돈이 상대방에게 건네짐으로써 그 소유권은 상대방에게 이전된다”며 “A씨가 채무자로부터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이자를 수령함으로써 그 소유권은 A 씨에게 귀속된 것이고, 단지 A 씨에게 (이자 계약 무효에 따른) 민사상 반환채무 부담 등의 법률효과가 발생할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최근 윤석열 정부가 “불법 사채업자들의 범죄수익은 차명 재산까지 추적해 환수하라”며 불법 대부업 시장에 대한 고삐를 바짝 당겨 쥔 정책 방향에 조응하는 결과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상으로도 추징되고, 민사상 반환의무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민사 소송에선 초과이자 중 원금에 충당되고 남은 부분을 반환해야 하므로, 추징액과 반환액은 달라질 순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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