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시험 응시자, 올해도 30만 넘나
3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장모(56)씨는 지난해 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퇴직 전부터 재취업 자리를 알아봤고, 지금은 방문 요양 일을 하고 있다. 장씨는 “50대 후반이면 아직 계속 일할 수 있는 나이다.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시험도 어렵지 않다고 들어 선택했다”며 “주변에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 추천받았다”고 말했다.
23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요양보호사 시험 응시자 수는 28만5711명이다. 매달 2만9000명가량 시험을 봤다는 의미로, 연말이면 30만 명을 훌쩍 넘어갈 예정이다. 지난해엔 응시자 수가 35만5665명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엔 18만 명대였는데 이와 비교해 2배가량 늘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연령대는 주로 50대 이상이다. 다른 시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격률이 높은 데다, 젊은층은 돌봄 노동을 기피하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시원 관계자는 “정년이 가까워 퇴직했거나, 경력이 단절됐다가 자녀 육아를 마친 여성이 많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50~60대는 한 해 출생아 수가 8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한다.
청년층이 주로 보는 다른 취업·자격증 시험과 비교하면 요양보호사 응시자의 증가세가 유독 가파르다.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시험 원서 접수자 수는 12만1526명에 불과했다. 요양보호사의 절반도 안 된다. 2019년만 해도 9급 공무원 시험을 보는 사람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려는 사람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고령화로 인해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일자리 수요도 늘었다. 실제 지난달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29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4000명(3.7%) 증가했다. 산업별로 분류했을 때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 중 하나다. 4년 전까지만 해도 보건·사회복지 취업자는 숙박·음식업 취업자보다 적었지만, 2020년 역전한 이후 지난달엔 60만 명 이상 차이 날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고령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올해 18.4%에서 2025년이면 20%를 넘을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러다 보니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요양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이른바 ‘케어이코노미’도 확대하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보험사 최초로 요양업에 진출했고, 서울 송파·강동 등에서 도심형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도 올해 초 노인 요양사업을 진행할 자회사 사업부문을 신설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는 요양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부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습지 눈높이로 유명한 교육업체 대교그룹은 지난해 방문요양센터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실버케어 산업에 뛰어들었다. 빨간 펜으로 알려진 교원그룹은 노인 요양업을 하는 롱라이프그린케어에 20억원을 투자하고 치매 예방 교육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아이는 줄고 노인은 늘어나는 인구 변화에 맞춘 것이다.
김병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요양산업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며 “당장은 요양보호사 증가로 그 수요를 메우겠지만 점차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더 많아질 거고 인건비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 인력을 대체할 첨단 헬스케어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케어이코노미 확대는 국내만의 일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지온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노인 돌봄 서비스 시장 규모는 1100억 달러(약 143조원)에 달했다. 관련 시장 규모가 연평균 6.5%씩 성장하면서 2030년엔 1800억 달러(약 234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 봤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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