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철 칼럼] 친명 ‘자객 공천’ 과 ‘尹 참모’ 동원령
비명계 현역에게 도전하는데
경선 거치면 친명계만 남을듯
쓴소리 없는 당 누가 지지하나
이대로면 수도권 역풍 맞을 것
여당도 사실상 선거 총동원령
공정 경선 보장해야 내홍 없어
‘친명 ○○○, 현역 ○○○ 접전 파란’
총선을 앞두고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난무하길래, 궁금해서 해당 의원에게 전화를 해봤다. 대답은 이랬다. “그 사람은 과거 A계파인 걸 다 아는데 갑자기 친명 완장을 차고 나왔다. 이재명과는 내가 더 가깝다. 그 여론 조사도 엉터리다. 새로 여론조사해서 뿌렸더니 잠잠해지더라.”
요즘 더불어민주당은 친명 ‘자객 공천’이 최대 이슈다. 너도나도 친명 완장을 차고 계파색이 불분명한 현역 국회의원에게 앞다퉈 도전하고 있다. 친명 도전자가 너무 많아서 20대 총선 당시 회자됐던 ‘진박 감별사’를 다시 불러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 지도부가 내리꽂는 전략공천이 아니라 스스로 친명임을 내세워 비명계를 꺾고 공천을 따내려는 상향식 자객 공천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공천을 노리는 이가 수두룩하다.
확실한 비명계인 이원욱 김종민 윤영찬 조응천 의원 등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이 친명 자객들의 첫번째 타깃이다. 윤영찬-현근택, 김종민-황명선, 조응천-최민희 등이 맞서고, 이 의원의 화성을에는 전용기, 김하중, 진석범 등 친명이 3명이나 몰렸다. 홍영표 의원의 인천부평구을에도 유길종, 이동주, 홍미영 등이 친명 기치를 내걸었다.
민주당 텃밭인 광주와 전남에서는 정진욱 정무특보, 박균택 법률특보, 김문수 특보 등 이 대표 특보단이 지역구 사냥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민주당 기초단체장 출신 42명이 ‘풀뿌리 정치연대’라는 친명 조직 이름으로 집단 출마를 선언했다. 또 다른 친명 조직 더민주혁신회의는 지난 6월 출범 당시 상임위원만 100여명으로 지역위원장, 청와대, 법조계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강위원 공동대표는 광주에서 지역구를 점찍었다. 지난 4월에는 더새로포럼도 출범했다. 친명 조직이 얼마나 더 생길지 모르지만 현직 범 친명 국회의원 100명 안팎, 더민주혁신회의 상임위원 100여명, 풀뿌리 정치연대 42명 등만 계산해도 이미 지역구가 모자랄 지경이다.
이들에겐 선거운동 방식이 있다고 한다. 상대를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으로 낙인찍고, 이어 ‘현역 의원과 박빙’이라는 여론조사를 퍼트리고, 친명 유튜버와 개딸들의 집중 지원으로 공천을 따내는 시나리오다. 홍위병식 공천 사냥인 셈이다. 대부분 지역구에서 친명·비명뿐 아니라 친명 간 볼썽사나운 공천 전쟁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지금 민주당은 모든 권한이 이 대표에게 집중된 채 혁신 분위기도 없고, 총선 흥행을 이끌 새 인물도 안 보인다. 오죽했으면 조국 송영길 추미애 등 ‘조송추’ 논란이 불거졌을까.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선거를 이겨도 친명계만 남아 ‘이재명의 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측근 자객 공천을 방치하면 몇 천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에선 역풍을 맞고 참패할 우려가 크다. 쓴소리를 내는 비명계 의원들을 제거하면 민주당에 누가 관심을 두겠나.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비례 포함 180석으로 압승했다. 특히 수도권에선 민주당 103석, 국민의힘 16석이었다. 지금 민주당이라면 그게 가능할까.
여권 역시 당 내홍으로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다만 친명계에 숨죽인 민주당과 달리 여권은 뭔가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인요한의 혁신위원회가 답보상태지만 지도부와 윤핵관의 험지출마,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을 주장하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또 총선 출마설이 나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특유의 ‘5000만 어법’으로 민주당을 저격하며 지지층 확대에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설로 당을 흔드는 것도 흥미를 끈다. 그가 신당을 창당하면 여야가 득실을 다시 따져야 하겠지만, 만약 그가 한 장관과 손을 잡거나 하면 파괴력이 무시무시할 것이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사실상 동원령을 내린 상황이어서 민주당처럼 내홍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대통령실에서만 20여명이 출마를 준비하고, 장·차관에 친윤 검사들까지 가세하면 곳곳에서 공천 전쟁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측근들을 출마시키더라도 공정한 경선을 하도록 중립을 지켜야 한다. 게다가 이번 총선은 집권 3년차로 정권심판 성격이 강해 여권에 불리한 선거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 모두 총선에서 패배하면 궁지에 몰릴 것이다. 그건 민심이 결정한다. 여야 모두 스스로 국민에게 어떻게 밉보이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노석철 논설위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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