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가수와 훈장

고세욱 2023. 11. 24.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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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지의 여왕' 이미자는 1965년부터 전쟁 중인 베트남을 몇 차례 방문해 파월 용사 위문 공연을 벌였다.

그는 외국 정부로부터 처음 훈장을 받은 한국 가수였다.

상의 성격상 국가원수 등 정치인이 아닌 대중가수가, 그것도 외국인이 훈장을 타기란 해당 국가 국민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주지 않고는 쉽지 않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재즈 가수 나윤선은 문화 가교 역할을 높이 산 프랑스 정부로부터 2009년과 2019년 두 차례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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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욱 논설위원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는 1965년부터 전쟁 중인 베트남을 몇 차례 방문해 파월 용사 위문 공연을 벌였다. 병사들은 그의 히트곡 ‘동백아가씨’를 따라 부르며 눈물바다를 이뤘다. 위문 공연이 준 군 사기 진작과 양국 관계 증진을 높이 사 73년 베트남 티우 대통령이 이씨에게 최고 문화훈장을 수여했다. 그는 외국 정부로부터 처음 훈장을 받은 한국 가수였다.

훈장은 국가의 명예나 국익에 기여한 이들에게 주는 최고의 상이다. 상의 성격상 국가원수 등 정치인이 아닌 대중가수가, 그것도 외국인이 훈장을 타기란 해당 국가 국민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주지 않고는 쉽지 않다. 미국의 밥 딜런과 영국의 비틀스 멤버 폴 메카트니(프랑스 레지옹도뇌르), 미국의 프랭크 시나트라(이탈리아 공화국 훈장) 등 음악사에 획을 그은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21세기 들어 세계 문화·예술계에서 진가를 드러내던 한국 가수들도 타국 훈장 수여자에 점차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왕’ 조용필은 2001년 9월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 85년에 발표한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탄자니아에 있는 킬리만자로산을 널리 알렸다는 이유에서다. 조용필은 탄자니아 정부가 훈장을 준 첫 외국인이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재즈 가수 나윤선은 문화 가교 역할을 높이 산 프랑스 정부로부터 2009년과 2019년 두 차례 훈장을 받았다.

세계적 걸그룹 블랙핑크가 22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으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2021년 영국이 의장국이던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에 대한 전 세계인의 인식을 높인 공로 때문이다. 단순한 그룹 인기가 아닌 인류를 위한 선한 영향력이란 이유가 더욱 반갑다. 블랙핑크뿐 아니라 BTS(청년 세대의 연대와 희망), 에스파(지속가능한 발전) 등 한류를 이끄는 가수들이 점점 더 세상 변화를 위한 목소리의 대표 주자로 나서고 있다. 세계로부터 훈장받기에 손색 없는 가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이 아닐 수 없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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