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문턱’ 사라진 예타… 15년간 206조 면제

박세환 2023. 11. 24.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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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5년간 최소 206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지 않고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정부(2008~2012년)의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61조1000억원(90건)이었다.

박근혜정부(2013년~2017년 5월)에서도 25조원(94건) 규모의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았다.

문재인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 때는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120조1000억원(149건)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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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총선의식 조단위 사업 펑펑
예외 규정에 너도나도 면제 요구
기준 강화해서 혈세 낭비 막아야
지난 4월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에서 열린 광주대구 공항특별법 통시 통과 기념 및 달빛고속철도 예타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 업무협약 행사 모습. 연합뉴스


최근 15년간 최소 206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거치지 않고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도 여야는 내년 총선을 의식해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를 비롯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예타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 경제성 있는 양질의 사업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취지의 예타 제도가 ‘포퓰리즘’ 탓에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혈세가 걷잡을 수 없이 낭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역대 진보와 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선거를 겨냥한 예타 면제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명박정부(2008~2012년)의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61조1000억원(90건)이었다. 박근혜정부(2013년~2017년 5월)에서도 25조원(94건) 규모의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았다. 문재인정부(2017년 5월~2022년 5월) 때는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120조1000억원(149건)으로 급증했다.


예타 제도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도입됐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 예산 낭비를 막으려는 조치였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원, 국비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반드시 예타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예외 규정이다. 재정법은 지역 균형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대응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에는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조항이 모호해 사실상 모든 사업에서 예타 면제가 가능하다. 정치권은 이를 악용해 선거철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국책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해 왔다.

지난해 4월 예타 면제가 결정된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업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합심해 예타 면제를 결정하면서 13조7000억원 예산이 그대로 투입됐다.

건전 재정 기조를 내세운 윤석열정부에서도 비슷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복선 고속철도인 달빛고속철도 건설 사업(11조2999억원)은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0.483에 그쳤다. 1.0이 넘어야 비용보다 경제적 효용이 있다는 뜻인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특별법을 만들어 해당 사업에 대한 예타를 우회하려 하고 있다. 내년 총선 전 지역 표심에 호소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를 의식한 예타 면제 관행이 계속되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온다. 국가 예산이 엉뚱한 곳에 쓰이면 정작 필요한 곳에 지출할 돈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더 커지면 지난해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긴 국가채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모호한 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손질해 국가 예산이 정치권에 휘둘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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