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상업화-규제론 갈등 ‘올트먼 소동’으로 표면화… 실익은 MS

전성필 2023. 11. 2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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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MS, 오픈AI 이사회 진출 가능성
빅테크 ‘1강 저지’ 경쟁 촉발될 듯
해고됐다가 5일 만에 복귀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상업화’ 흐름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한 올트먼이 발언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이사회로부터 해고된 지 5일 만에 복직한 소동을 놓고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갖가지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고 연출한 상황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MS와 오픈AI의 관계가 더 가까워질수록 ‘AI 상업화’의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MS 측 영향력이 더 강력해진 오픈AI에서 상업화 행보에 불을 붙일 경우 구글을 포함한 빅테크 경쟁 기업의 AI 개발 또한 덩달아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재앙적 AI 개발을 제한하는 규제의 ‘둑’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AI 기술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규제론이 만만치 않다. 앞으로 AI 개발론자와 규제론자 간 갈등은 이번 소동을 계기로 더 치열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AI 상업화에 속도 붙나

23일 IT업계에 따르면 올트먼이 오픈AI에서 축출됐던 배경에는 AI 상업화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오픈AI 내 AI 연구진이 AI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서한을 회사 이사회에 보냈고, 이 서한이 올트먼 해임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서한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범인공지능(AGI) 개발을 포함한 AI 상업화의 속도 조절론이 핵심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포함한 ‘AI 규제파’는 AGI가 ‘착한 의도’로 인류를 돕더라도 인류를 파멸로 이끌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AI에 인간이 의존할수록 기계의 작동 원리를 잊어버리고 나아가 인류 문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전문가들조차 AI 작동원리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어 무분별한 상업화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올트먼은 AI 발전이 인류 번영을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올트먼의 복귀가 AI 상업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돌아온 올트먼이 오픈AI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며 AI 상업화에 더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올트먼은 그동안 오픈AI에서 AI 챗봇 챗GPT의 유료 버전을 내놓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AI 개발 방향이 일제히 AGI로 집중될 수 있다고 본다. 한 AI 전문가는 “IT업계에선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던 AGI 개념이 현실에 곧 등장할 것을 예고한 중대한 사건으로 이번 소동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오픈AI의 1강 체제 굳히기를 막기 위해 빅테크들은 AI 상업화에 속도를 더 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한 AI 규제론 변수

이번 소동이 도리어 AGI에 대한 공포심을 일깨웠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과거에는 인간의 생각과 비슷한 방식으로 구동되는 AGI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기는 어렵다고 여겼다. 하지만 올트먼 소동으로 인해 이미 AGI가 현실화 단계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조만간 인간의 지적 기능을 초월한 ‘슈퍼 AI’가 등장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공포심은 AI 개발에 국가 차원의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개발→규제 필요성 검토→상용화’ 단계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의 규제 도입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AI 기술을 쥔 권력자들 간의 경쟁을 그대로 놔둬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AI에 관한 규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향력 확대’ 실익 챙긴 MS

현재까지는 ‘올트먼 복귀 소동의 최대 수혜자는 MS’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MS는 오픈AI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하지만 AI 기술 개발의 상당 부분을 오픈AI에 위임한 상태여서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웠는데 이번 소동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MS가 얼마든지 오픈AI 이사회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힘’이 증명됐다. 앞으로 오픈AI가 MS의 AI 관련 전략에 도움이 되는 연구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일각에선 MS가 오픈AI 이사회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기존 이사회는 회사 지분이 없는 이사 6명으로 구성됐다. 오픈AI가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픈AI가 이번 소동을 계기로 이사회를 9명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MS 측 인사가 이사회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MS 인사가 오픈AI 이사회에서 최소 한 자리는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MS가 이 같은 실익을 챙긴 것을 두고 ‘MS가 오픈AI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번 소동을 기획했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MS가 올트먼의 복귀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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