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루터의 종교개혁 핵심은 ‘번역’… 콘텐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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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의 본질은 콘텐츠 혁명이다.
압도적 콘텐츠로 다수 대중을 위해 성경을 알기 쉽게 번역하는 작업, 이를 보여주기 위해 박 목사는 오직 성경을 꿈꿨던 화가 한스 홀바인, 농민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보여준 피테르 브뢰헬, 사도신경을 작품으로 담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주기도문으로 해석하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십계명을 그림으로 해설한 렘브란트 반 레인 등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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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의 본질은 콘텐츠 혁명이다. 돈을 주고 면죄부를 사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가톨릭에 맞서 1517년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마르틴 루터는 금세 젊은 혈기에 조금 경솔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몇 개 조항을 정정하고 싶었을 것이고, 일단 붙였던 대자보도 바로 떼면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대자보는 이전과는 다르게 대량인쇄가 가능한 인쇄업자 손에 들어갔고, 2주 만에 독일 전역 그리고 한 달 만에 유럽 전역으로 전파됐다. 플랫폼 자체가 이전과 달라졌던 것이다.
이후엔 목숨을 건 콘텐츠 경쟁이다. 루터는 변비와 치질로 고생하면서도 바르트부르크성에 자신을 가둔 뒤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다. 대중이 성경을 읽어야 면죄부를 위해, 성전 건축을 위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사이비 설교에 휘둘리지 않는다. 루터는 ‘내 주는 강한 성이요’ 찬송가를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어른들까지 함께 부르는 예전을 도입하며 가톨릭과 콘텐츠 전쟁을 이어갔다. ‘오직 성경’은 ‘오직 번역’이었다. 다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강력한 콘텐츠로 교황에 맞선 것이 개신교의 본질이다.
‘다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들음과봄)를 저술한 박양규(49) 목사를 2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 목사는 “루터가 제안하는 종교개혁의 핵심은 번역”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콘텐츠로 다수 대중을 위해 성경을 알기 쉽게 번역하는 작업, 이를 보여주기 위해 박 목사는 오직 성경을 꿈꿨던 화가 한스 홀바인, 농민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보여준 피테르 브뢰헬, 사도신경을 작품으로 담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주기도문으로 해석하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십계명을 그림으로 해설한 렘브란트 반 레인 등을 소환한다. 이들은 성경을 교과서, 그림을 부교재로 사용했다. 말씀을 쉽게 번역하려 그림이란 소재를 동원했다.
“종교개혁은 프랑스 대혁명처럼 바스티유 감옥을 함락해서 하룻밤 안에 끝난 혁명이 아닙니다. 30여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 세대가 바뀔 동안 다양한 콘텐츠들이 쌓여서 결국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화의 때 루터교가 이단 딱지를 뗍니다. 종교개혁은 가랑비에 옷 젖듯 다음세대에게 콘텐츠가 스며들어서 그 다음세대가 프로테스탄트가 된 것입니다.”
서울 삼일교회에서 교육총괄을 담당했던 박 목사는 유튜브 채널 교회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총신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고려대 서양사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영국 애버딘대에서 신구약중간사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기독대안학교인 소명학교에서 성경과 인문고전을 가르치며 아신대 교육대학원에도 출강하고 있다. 지난해엔 ‘리셋 주일학교’(샘솟는기쁨)을 펴내며 코로나 이후 다음세대 교회교육의 전면 개편 필요성을 제시했다. 마치 중세 교회처럼 주기도문 십계명 사도신경을 그저 암기하는 수준의 교육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변화를 불러오는 교회교육을 이야기했다.
이번 책에서도 1529년 루터 소교리 문답서, 1530년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문, 1559년 프랑스 신앙고백서, 1561년 벨직 신앙고백문, 1563년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문, 1619년 도르트 신경, 1647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문, 1934년 바르멘 선언문 등을 다루는데, 이걸 딱딱한 교리 해설이 아닌 흥미진진한 명화로 해설하는 점이 다르다.
인문학을 무기로 인본주의의 한계를 벗고 말씀을 오감으로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다음세대 교회교육을 위한 저술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박 목사는 “인공지능이 취향까지 정해주는 시대, 사고력을 높이고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책과 같은 텍스트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다음세대의 읽기와 쓰기를 위한 책도 계속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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