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통과 혁신의 영국… 새로운 협력 열어 기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작별인사를 전하는 것으로 3박4일간의 영국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찰스 국왕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어제 리시 수낙 총리와의 정상회담, 런던 금융특구시장이 주최한 길드홀 만찬, 왕립학회에서의 행사가 어떠셨습니까. 유익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은 “전통을 존중하면서 혁신을 이뤄내는 영국과 안보, 경제, 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게 돼 기쁘다”며 “국왕께서 따뜻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주신 덕분”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국왕님의 관심과 노력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저도 함께 힘쓰겠다”고 말했다.
찰스 국왕이 가장 먼저 언급한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의 이번 영국 방문의 핵심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과 수낙 총리는 지난 22일 양국의 안보·국방, 과학·기술, 교역·에너지안보 분야 협력을 망라한 ‘다우닝가(街) 합의’를 채택했다. 두 정상은 “양 국가, 경제 및 국민 간의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목표치로 격상될 것이며, 이는 이번 세기와 그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합의문 아래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 앞서 1883년 11월 26일 조선과 영국 사이에 체결된 ‘조영수호통상조약’ 원본을 함께 살폈다. 수교 140주년을 4일 앞두고 체결한 다우닝가 합의로, 한국은 영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파트너가 됐다. 대통령실은 지상·해양·사이버 공간에서의 양국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한 이 합의를 윤 대통령 방영 핵심 성과로 꼽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상상 이상의 합의”라고 평했다.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협상 개시 등을 통한 한국 기업의 진출 기반 확대, 기초과학 및 첨단과학기술, 무탄소에너지 연대 등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도 약속됐다. 영국은 애초부터 한국과의 협력‧발전 잠재력이 큰 국가였다. 세계 6위, 유럽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세계 26위, 유럽 5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한국을 ‘쿨하게’ 대해 왔지만,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 중심국과의 관계 강화에 애를 썼다. 반도체, 배터리, 원전, 방산 등에서 기업들이 맹활약한 한국은 영국의 공급망 차원에서 중요한 국가로 인식됐고, 이는 윤 대통령 국빈 초청 및 다우닝가 합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은 교역, 산업, 과학, 금융 등 전 영역에 걸쳐 한‧영 경제협력의 제도적 틀을 새로 짜는 것”이라며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빈방문 중 한국 정상 최초로 영국 의회에서 600여 영국 의원을 상대로 연설을 했다. 양국의 과학자들과 기업인들을 만나며 협력을 강조했고, 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만나 깊은 감사를 표했다. 찰스 국왕과는 상대국의 대표 문학가의 시구로 만찬사를 주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일정을 수행하는 한편 국내 현안과 관련한 대책도 지시해야 했다. 21일 환영 오찬 중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보고를 받았고, 의회 연설을 마친 직후 한 호텔에서 화상으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영국 왕실은 찰스 국왕 즉위 후 첫 국빈인 윤 대통령을 여러모로 환대했다. 윤 대통령을 만나는 인사들은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치켜세우며 친숙함을 표했다. 존 맥폴 영국 상원의장은 윤 대통령의 영국 의회 연설 뒤 “많은 영국인이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을 즐기고, 축구에서는 손흥민 박지성 등이 탁월한 활약을 해왔다”고 답사를 했다.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은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 마지막 만찬에서 “우리 가족도 흔한 런던 사람처럼 ‘호텔 델루나’와 ‘사랑의 불시착’,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마이넬리 시장은 “우리는 점점 K-세상에 살아간다. 한국이 K팝 순위처럼 차트에서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고 비유했다. 찰스 국왕은 K팝 그룹 블랙핑크에게 훈장을 수여하며 “실제 공연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런던을 떠난 윤 대통령은 23일 오후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프랑스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8일 예정된 2030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부산을 위해 유치를 호소할 계획이다. 최재철 프랑스 대사 내외, 최상대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내외, 박상미 주유네스코 대사가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프랑스 측에서는 폴 푸리아 외교부 의전과장, 브노아 피샤르 공항 경찰청 부청장, 프랑수아 망드롱 파리공항공사 의전장이 공항에 나왔다.
런던‧파리=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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