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뒤늦은 코딩 교육, 제대로 하려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코딩(Coding)은 개인의 미래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다”라며 코딩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2025년부터 코딩 영재교육과 함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코딩을 필수과목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의 코딩 교육은 미국·인도·이스라엘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중국과 비교해도 10년 이상 늦게 출발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나 교육청의 행보를 보면 답답하다. 코딩 교육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아 보여서다. 필자는 수년간 코딩 관련 저술과 함께 학부모 및 일반인을 상대로 코딩을 가르쳐 왔다.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코딩 교육에 대해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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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일본보다 10년 늦게 출발
교재·강사 등 준비 상황 미흡
일반 과목 수업 속에 가르쳐야
」
코딩 교육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려면 영문법을 배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는 수십 가지가 있지만, 초·중등에 적합한 언어는 스크래치(Scratch)와 파이선(Python)을 추천하고 싶다.
스크래치는 미국 MIT대학에서 개발해 세계 200여 개국에 70개 언어로 보급돼 있다. 레고 장난감에서 힌트를 얻은 코딩 블록을 쌓으면서 숫자·문자·소리·색깔 등 다양한 자료를 다룰 수 있어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파이선은 공학적으로 개발됐으며 프로그래머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급 언어이자 인공지능(AI)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배우는 언어다. 두 언어의 공통점은 세계적으로 활용되며 무료 오픈 소스란 점이다.
코딩 배우기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만들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교육의 목표는 현행 교과과정과 일치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국·영·수와 음악·미술 같은 학과목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수학 시간에 도형을 배우면서 컴퓨터를 활용해 도형을 그리고 면적을 계산한다든지, 음악 시간에 노래와 악기 연주 이외에 작곡도 배우면 유익할 것 같다. 코딩 수업의 목적은 학과목을 이해하고 심화하는 데 있다.
만일 코딩 수업을 별도의 정보 과목으로 인식하면 학부모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혹시 사설 학원에 보내야 하는지 불안해할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 교과과정에 보조를 맞춰 코딩을 배우게 되면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코딩 교육은 두 가지 과제를 제기한다. 첫째, 코딩 교재는 어떻게 만들어 보급할 것인가. ▶교재는 배우고 있는 교과서 내용과 일치하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년 수준에 맞는 표준화된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 언어(국어와 외국어)·수학·예술(음악과 미술)·게임·애니메이션 등으로 구분해 만든다.
둘째, 코딩 강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우선 학교 교사들이 코딩을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수업 시수 문제와 만성적 피로감으로 큰 부담을 줄 것이다. 신중하게 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는 대학생들이 코딩 학점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받게 하면 해결될 것이다. 학부모와 일반인도 대학 평생교육원이나 지역 문화센터에서 배우면 된다. 이들을 정식 또는 방과 후 교사로 활용하면 강사 공급이 원활하게 될 수 있다. 코딩은 마우스를 클릭할 수 있는 사람이 의지만 있다면 배워서 가르칠 수 있다.
영재 몇 명에 의존하는 교육은 공교육의 방향이 아니다. 코딩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보는 것이다. 이제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 수업은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시간이다. 성공과 실패를 통해 강해지고 협업을 통해 공동 프로젝트 완성을 맛보는 기회다. 코딩의 목표는 알고 있는 지식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있다. 코딩 공부를 통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 자존감과 성취감을 얻을 기회가 온 것이다. 이 아름다운 경험은 학교에서만 가능하다.
전략적으로 코딩 교육을 계획하고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기관은 교육부와 교육청이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책임자는 각급 학교 교장이다. 관계자들은 코딩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질적 경험이 요구된다. 새로운 것에 대해 어른들은 두려움을 갖기 쉽지만, 아이들은 경이로움으로 대한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병서 경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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