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직격인터뷰] “빈대, 국가가 감염병 관리 수준으로 대응해야”
해충 전문가 양영철 을지대 교수
Q : 빈대 문제가 정말 심각한가.
A : “앞으로가 걱정된다. 들춰보니 ‘어, 이 정도였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Q : ‘들춰본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A : “빈대 확산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법정 감염병 관련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견했어도 신고 의무가 없다. 법적으로 국가가 관리해야 할 의무도 없다. 따라서 빈대에 의한 피해가 잘 파악되지 않는다. 최근에 SNS 등을 통해 빈대 문제가 알려져 신고가 잇따랐고, 그 결과로 빈대가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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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대가 병 옮긴다는 증거 없지만
물리면 심각한 정신적 고통 유발
최근엔 ‘반날개빈대’ 많이 발견
아열대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돼
여행객 늘어날수록 확산 불가피
실태파악·방제 통합 체계 필요
」
Q : 빈대가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한가.
A :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빈대가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바이러스·박테리아·리케차 등을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는 않았다. ‘현재는 빈대가 병을 옮긴다는 증거가 없다’가 과학적인 설명이다.”
Q : 모기에 의해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빈대 확산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 않나.
A : “그렇지 않다.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빈대에 물린 사람들은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라고 한다. 방 안에 빈대 100마리가 살면 100마리가 다 사람을 문다. 갓 알에서 깨어난 길이 1㎜짜리 새끼 빈대도 사람을 문다. 빈대는 일주일에 한 번 흡혈한다. 따라서 100마리가 있으면 매일 10여 마리가 흡혈한다. 한 마리가 한 군데만 무는 것도 아니다. 혈관을 찾아 이동하면서 또 문다. 한 번 흡혈 시간이 8∼10분이다.”
오죽했으면 집을 태웠겠나
Q :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가.
A :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지 않나. 빈대가 열에 약하다는 것을 조상들이 알아채서 횃불 같은 것으로 집 안의 빈대를 죽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불이 옮겨붙어 집을 태우는 사고가 종종 있었을 것이다. 작은 일에 집착해 큰 화를 부른다는 뜻으로 이 속담이 쓰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빈대에 의한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또 빈대 없애는 것이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Q : 요즘 나타난 빈대들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A :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와 90년대에 빈대가 거의 사라졌다. 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새마을 운동의 주택 개량 사업, 70년대에 부쩍 증가한 연탄 난방에 의한 일산화탄소 발생, 살충제 보급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파악한 게 한 해 두세 건이었다. 그러다가 2015년 정도부터는 한 해에 10여 건으로 늘었다. 여행객과 이주노동자가 늘면서 생긴 일로 추정된다.”
Q : 지금 발견되는 빈대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것인가.
A : “그렇다고 본다. 빈대에는 23개 종류가 있다. 그중 사람을 무는 빈대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그냥 빈대(학명 Cimex lectuarius)고, 다른 하나는 반날개빈대(Cimex hemipterus)다. 우리나라엔 반날개빈대가 없었다. 이것은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아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했다. 내가 최근 10여 일간 8곳에서 채집된 빈대를 봤더니 모두 반날개빈대였다. 전 세계적으로 반날개빈대 서식 지역이 늘고 있다. 이미 유럽으로도 퍼졌다.”
Q : 반날개빈대만 유입됐다는 말인가.
A : “그렇지는 않다. 그냥 빈대도 발견된다. 이들도 해외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냥 빈대는 미국·중국·유럽 등의 온대지역에서 주로 서식해왔다.”
Q : 빈대와 반날개빈대가 사람을 무는 정도나 번식력, 살충제 저항성 등에서 차이가 있나.
A :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구가 충분하지는 않다.”
한 마리로도 집단 번식 가능
Q : 여행 가방에 빈대 한 마리만 붙어 와도 집에 빈대가 퍼질 수 있나.
A : “그 한 마리가 알을 품은 암컷인 경우엔 그럴 수 있다. 암컷 한 마리가 평생 200∼250개의 알을 낳는다. 곤충은 근친교배를 하기 때문에 금세 자손이 불어난다. 빈대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서도 몇 달씩 산다.”
Q : 빈대의 천적은? 바퀴벌레가 빈대를 없앤다는 말이 있는데.
A : “사실무근이다. 빈대와 바퀴벌레는 먹이와 서식지가 다르다. 경쟁 관계가 아니다. 집에 빈대와 바퀴벌레가 같이 살 경우 서로 신경 안 쓴다. 빈대의 천적은 사람과 빈대다. 수컷 빈대의 생식기가 날카로워 교미 과정에서 암컷이 죽는 경우가 꽤 있다.”
Q : 빈대를 없애는 방법은.
A : “빈대는 주로 침실에 서식한다. 흡혈해야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충제를 마구 쓸 수가 없다. 살충제에는 많든 적든 독성이 있다. 한 번 뿌려서 제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써야 하는데, 그러면 사람도 피해를 본다. 빈대가 집 안에 있다면 반드시 사람이 자는 곳 가까운 데에서 서식한다. 개체 수가 많으면 벽 틈, 커튼레일 안쪽, 전기 콘센트 안에도 산다. 침대 매트리스, 침대 틀 사이가 주요 서식처다. 빈대가 발견되면 우선 진공청소기로 매트리스와 침구, 침대 틀 사이의 빈대를 빨아들이고, 그다음에는 스팀다리미나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 빈대는 섭씨 60도 이상에서 금방 죽는다. 실험해 보니 52도 물에서 15초 만에 죽었다. 스팀다리미에는 5초 안에 죽는다. 살충제 중에는 꽃에서 추출한 내추럴 피레스린 성분이 든 것을 사용하는 게 비교적 안전하다.”
Q : 지금 발견되는 빈대는 살충제 저항성이 있어서 잘 죽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A : “일부가 그런 것인지, 전부 그런 것인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 잘 듣는 살충제도 있다. 그런데 집 안에 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프랑스에서 빈대 때문에 뿌린 살충제로 사람이 피해를 본 사례가 1000여 건 보고됐다.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물리적 방제가 우선이다.”
Q : 전문 방역업체에 의뢰해야 하지 않나.
A : “개체 수가 많으면 구석구석에 있기 때문에 다 없애기가 쉽지 않다. 빈대가 있을 만한 곳을 다 확인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프랑스 파리엔 열 집 중 한 집꼴
Q : 빈대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A : “요즘 서울에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온다. 앞으로 두세 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유입되는 빈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프랑스 파리가 그런 경우다. 연간 7000만 명이 방문하는 파리는 지금 열 집에 한 집꼴로 빈대가 나온다.”
Q : 해외에서 유입되는 빈대를 막는 방법은.
A : “사실상 없다. 입국자의 가방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열어 본다고 해서 바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입국자 몸과 짐에 살충제를 뿌려댈 수는 없지 않은가.”
Q : 정부나 지방 정부가 할 일은.
A : “빈대를 질병 유발 해충으로 인식해야 한다. 병을 옮기지 않는다고 해서 관리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질병 전파 여부를, 선진국에서는 삶의 질을 중시한다.”
Q : 정부 대응은 잘 이뤄지고 있나.
A : “실태 파악과 대응의 통합적 체계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지금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보건소를 통해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방역업체를 보내고 있다. 질병관리청이나 행정안전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빈대 퇴치에는 신속한 신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체 수가 불어나면 없애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가방 지퍼 재봉선을 잘 봐야
Q : 빈대 서식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A : “프랑스에선 탐지견을 쓰기도 한다. 빈대와 빈대 분비물에서 독특한 냄새가 난다. 이를 탐지해 알리도록 훈련하면 쉽게 서식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Q : 해외여행 갔을 때 빈대에 안 물리는 방법은. 몸에 바르면 빈대가 접근하지 않는 기피제 같은 게 있나.
A : “숙소에 빈대가 있다면 물릴 수밖에 없다. 빈대는 흡혈 의지가 매우 강하다. 사람과 동물의 피 외에는 먹이가 없다. 개발된 기피제도 없다.”
Q : 해외여행에서 빈대를 데리고 집으로 오지 않으려면.
A : “현관 밖에서 가방을 풀고, 옷은 온수로 세탁하고, 가방의 지퍼 재봉선 쪽을 잘 확인하는 게 좋다. 거기에 많이 붙어 온다.”
◆양영철 교수=인천대 생물학과 재학 때부터 곤충에 대해 공부했고, 전북대에서 해충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기·파리·머릿니·벼룩·빈대의 습성과 방제 방법을 연구해왔다.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질병관리청 중앙말라리아퇴치사업단 자문위원과 한국방역협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유용곤충연구소 대표직도 맡고 있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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