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환란 분석의 파편화
“백 기자, 상황 끝났어. 캉드쉬가 서울 다녀갔어.” 익명의 취재원이 당시 신문기자였던 필자에게 들려줬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극비리에 방한해, 한국 고위 당국자와 구제금융에 기본적으로 합의했다는 것. 필자는 이 사실을 1997년 11월 20일자 일간지에 처음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12월 3일 IMF와 구제금융에 서명한다.
당시 국가 부도의 위기 사태를 정책 현장에서 전한 필자는 1998년 11월 이후에는 재정경제부 공무원으로서 극복 과정에 일손을 보탰다. 2002년에 『한국경제 실패학』을 써냈다.
외환위기는 전무(前無)한 충격파였고, 후무(後無)해야 한다. 그래서 26년이 지난 지금도 환란을 다룬 책이 새로 나오고 있다. 그중 『페드 시그널』은 부제가 ‘연준의 날갯짓은 어떻게 서울의 태풍이 되는가?’이다. 이 책은 환란의 발단을 연준의 긴축에서 찾는다. 『1%를 읽는 힘』은 환란은 헤지펀드의 외환시장 공격에 한국도 당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학자는 다수의 원인을 다룬다”고 설명한다. 그에 비추어 두 신간은 원인(遠因)이나 부분적인 요인을 부각했다. 환란은 다음 변수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빚어졌다. ①대기업의 과다 차입, 무모한 사업 확장, 연쇄 부도 ②이와 맞물린 자본자유화와 단기 외채 급증 ③경상수지 적자 증가와 외환 감소 ④이들 요인으로 대외신인도 저하, 대선 전 리더십 실종에 현안(기아차, 금융개혁법안) 처리 지연·무산에 따라 추가 실추 ⑤변동성 큰 국제금융시장 앞 환율 대응 실패.
두 신간이 다룬 원인은 우리가 손쓸 대상이 아니었다. 위 다섯 변수에는 대응할 수 있었다. 특성도 다르다. 그중 두엇을 해소했다면 환란을 피할 수 있었다.
시일이 흘러 관련 자료가 방대해졌고, 일반인이 환란을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입문서로 『한국의 외환위기』와 『한국경제 실패학』을 권한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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