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포스트 차이나 시대
날씨만큼이나 중국 경제가 차갑다. 지난 주말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궈마오상청(国贸商城). 전 세계 명품숍이 즐비한 베이징 쇼핑 중심가지만 인적이 한산했다. 가게에는 멀뚱거리며 서 있는 직원이 손님보다 많았다. 데이트에 나선 젊은층,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드문드문 보였을 뿐 중국 수도의 대표 쇼핑센터는 한량 하기 그지없다.
베이징 한인타운 왕징에서 대형 요식업을 하는 대표는 코로나가 끝나고 매출이 많이 올랐냐는 질문에 “아니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답답해했다. 올 상반기 회복 조짐을 보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의 흐름이 이를 반영한다.
올 초 중국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외화는 현재 4분의 3 이상 사라졌다. 중국의 노력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몇 달 새 250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10일 기준 달러 유입액은 75억 달러 선으로 2016년 이래 최저치이자 코로나가 중국을 뒤덮은 202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치적 불안정, 디플레이션 위기, 부동산 침체로 외국 기업이 투자금을 빼면서 상하이·선전 주식시장 CSI 300 지수는 연초 대비 11% 급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빠진 자금이 인도와 한국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징후도 지표로 나타난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1990년 1.9%에서 2021년 18.4%로 10배 가까이 커졌다. 지금껏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 점유율은 17%로 세계 GDP에서 중국의 비중이 2년 만에 1.4% 감소했다.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실질 GDP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이를 배제한 명목 GDP가 상대적인 국가 경제력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척도라고 지적한다.
중국은 마음이 급해 보인다. 이달 초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1조 위안(1400억 달러)의 경제 부양 지원책을 발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을 푼 이래 최대 규모다. 그러나 투자 주도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세입까지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재정 여력이 충분할지 지켜볼 일이다. 록펠러 인터내셔널 회장인 루치르 샤르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국의 부상이 역전되고 있다. 지난 반세기 가장 글로벌한 스토리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썼다. 중국의 경제력 약화는 세계정세를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지금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목도하고 있는 것인가.
박성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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