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슬의 숫자읽기] AI가 일자리를 뺏는 방법
최근 한국은행이 낸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가 화제다. 의사 같은 직업은 AI 노출 지수가 높아 AI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가장 크고, 성직자 같은 직업은 AI 노출 정도가 낮아 대체 가능성이 적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분석 결과를 두고 타당성 논란이 인 건, 해당 연구가 ‘대체 가능성’을 특정 직업에 관련된 AI 특허 숫자로 산출했기 때문이다. 기왕 고성능 AI를 만든다면, 기술개발로 인해 얻어질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직무부터 대체하려 들 것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의료와 관련된 AI 특허가 가장 많고, 성직(聖職) 수행을 위한 AI 특허는 거의 없다 보니 이런 의외의 결과가 얻어진 것이다.
AI에 의한 직업의 영향 정도는 다른 방식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하나의 직업을 여러 개의 직무(task) 묶음으로 쪼개고, 그 직업이 수행하는 직무 중 어떤 것들이 AI의 영향을 받는지를 살피자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교사라는 직업은 수업 외에도 학생 돌봄, 문제 출제, 학부모 민원 처리, 생활기록부 작성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한다. 그러니 AI가 교사라는 직업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교사 직무 중 일부는 충분히 AI의 영향을 받거나 대체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살필 때 가장 AI 대체 위험이 높은 직종은 어딜까.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올해 중순에 내놓은 노동 영향 전망을 살펴보면, 연구자들은 미국 노동자의 약 80%는 챗GPT 같은 대형언어모델(LLM) 도입으로 인해 직무의 최소 1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나머지 20% 노동자는 노출 정도가 더 심해, 이들 직군은 직무의 최소 50%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가령 세무사나 웹디자이너 같은 직군은 거의 100%에 가까운 영향을 받으리라 추정됐으며, 전혀 영향이 없는 직종으로는 오토바이 수리공이나 스포츠 선수를 꼽는 식이다.
여기까진 해석이 쉽다. 전자는 대체 가능성이 클 테고, 후자는 대체 가능성이 극히 낮을 테니까. 중요한 건 이들 양극단 직업 외의 애매한 직업이다.
나머지 직업에 대한 AI 노출의 결과는 직업의 완전 대체가 아닌, 일자리 감소다. 가령 OpenAI의 분석에 따르면, 출판업계 직무의 약 50%는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업무 능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이 말의 진짜 의미는 기존에는 20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10명 남짓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봐야 노동자 80%는 직무의 최소 10%가 영향을 받고, 노동자 20%는 최소 50%가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 바르게 읽힌다.
인류는 앞으로 일자리 100개 중 최소 18개가 사라지거나 대체될 수도 있는 상황을 해결해야만 한다.
박한슬 약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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