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잡겠다고 ‘예타 면제’… 문정부 때 120조원으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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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는 집권 5년간 120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줬다.
문재인정부는 토목이나 건설 사업 위주로 예타를 면제한 전 정부들과 달리 현금성 복지 사업을 위한 예타 생략 사례도 많았다.
현재 예타 면제 대상인 문화재 복원 사업은 복원 외 도로 정비 등 주변정비사업 비중이 50%를 넘는 경우 예타 면제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 규모는 36조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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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급속 악화, 작년 1067조
예타 강화에도 정치권 특별법 꼼수
문재인정부는 집권 5년간 120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줬다. 정권별로 따져보면 1999년 예타 도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면제 조치였다. 윤석열정부는 전임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을 비판하며 예타 제도 강화를 내세웠지만 특별법 제정 등으로 이를 피하는 정치권의 꼼수까지 막지 못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급증하는 예타 면제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예타 면제 사업은 149건이다. 몸집이 가장 큰 것은 이른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로 묶인 김천~거제 구간 남부내륙철도 건설(4조7000억원)과 평택~오송 철도 이중 복선화(3조1000억원) 등이었다. 남부내륙철도 건설은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1호 공약이었다.
문재인정부는 토목이나 건설 사업 위주로 예타를 면제한 전 정부들과 달리 현금성 복지 사업을 위한 예타 생략 사례도 많았다. 핵심 공약이던 아동수당이 대표적이다. 소득 하위 90% 가정의 만 8세 미만 아동에게 매달 10만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지급을 위해 13조4000억원을 예타 없이 편성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9조7000억원)도 예타를 거치지 않았다.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였던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도 예타를 건너뛰었다. 40년 이상 된 학교 건물을 고치면서 태양광발전시설 등을 설치하는 이 사업에는 4조3600억원이 투입됐다. 취임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1067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국가재정이 급속히 악화한 데는 예타 면제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현 정부는 지난해 말 예타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예타 면제 대상인 문화재 복원 사업은 복원 외 도로 정비 등 주변정비사업 비중이 50%를 넘는 경우 예타 면제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정부의 예타 강화 방침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일부 사업에 대한 예타 자체를 피하고 있어서다. 과거에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예타 면제가 급증하는 경향이 강했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 규모는 36조원이었다. 2018년의 12조9000억원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현재 예타 대상 기준인 ‘총사업비 500억원, 국비 300억원’을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사업에 한해 ‘총사업비 1000억원, 국비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키로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타 기준을 올리면 그만큼 방만한 재정 운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재정준칙의 빠른 통과 등을 통해 재정 지출 규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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