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서울카페쇼 성공 비결? 세계 어디라도 찾아가 쌓은 인맥 덕분”
뉴노멀을 만드는 F&B 리더들 ④ 엑스포럼의 신현대 대표
22년만에 36개국서 찾는 전시회로
전시부스 80개에서 2000개로 늘어
연사 초청, 대회 유치 등 적극 투자
아시아 넘어 유럽까지 진출 성공
세계 커피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
작지만 강하다. F&B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 가는 스타트업 이야기다. 로컬에서 먹거리 혁명을 일으키고, 소비자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가치 소비를 유도하고, 소외된 이웃과의 동행을 이끈다. 이들이 만들어낸 작은 틈이 세상을 바꾸는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 쿠킹은 F&B 흐름을 바꾸는 창업가를 소개하는 ‘뉴노멀을 만드는 F&B 리더들’을 연재한다.
특정 업종의 경기를 전망해야 할 때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 관련 업종의 전시회다. 실제로 전시박람회는 규모의 변화에 따라 해당 업종의 경기를 예측할 수 있어, 경기선행지수로도 여겨진다. 한국 커피 시장의 성장과 함께해온 ‘서울카페쇼’가 대표적이다. 2002년 부스 80개의 소규모 커피 전시회로 시작했는데, 올해 부스 2000개로 규모가 25배나 늘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열린 22회 서울카페쇼엔 13만명이 다녀갔다. 22년간 서울카페쇼를 이끌어온 신현대(54) 엑스포럼 대표는 “브라질의 농장에서도 서울카페쇼를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에게 서울카페쇼가 글로벌 전시회로 성장하게 된 비결과 커피 산업 트렌드를 알아봤다.
한국 커피 소비량 세계 2위 … 시장도 커져
Q : 세계적 행사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은.
A : “세계 커피 업계는 정밀하게 얽혀있어서 관계가 중요하다. 아시아에 커피 전시회가 거의 없던 시절부터 행사를 연 선두주자였기에, 일찍부터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등 글로벌 협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신뢰가 쌓이면서 세계적 연사를 초청하는 등 협업이 수월해졌다. 한국 커피 시장이 커지자 해외에서 한국을 궁금해했고 반대로 한국에선 해외 거래처를 찾는 수요가 있었는데 서울카페쇼가 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함께 성장했다. 글로벌 연사를 초청하고 대회를 유치하는 등 끊임없이 투자한 것도 성장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Q : 전시회로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까지 진출했다. 결과는.
A : “수업료를 많이 냈다(웃음). 2013년 중국 북경, 상하이, 말레이시아 등에 이어, 2016년 베트남, 올해는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현지 파트너와의 문제부터 코로나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성과도 있다. 2016년 ‘외국계 커피 체인점의 무덤’이라 불리는 베트남에 진출했는데 첫해 1만8000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고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안착했기에,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
Q : 베트남 커피 시장은 어떤가.
A : “호치민 시내만 가봐도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운 곳이 많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산지인데, 기존엔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하는 품종인 로부스타(Robustas)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았다면, 카페쇼를 통해 세계적인 커피 트렌드를 접하고 교류하며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Arabicas)로 바꾸는 곳이 늘었다.”
Q : 다음으로 주목하고 있는 곳은.
A : “올해 처음으로 도전한 프랑스 파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커피를 제일 많이 먹지만 에스프레소 위주의 시장이 형성돼있어서 스페셜티 커피 보급률이 생각보다 낮다. 그래서 계속 눈여겨보고 있고, 다시 준비해서 내년엔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 특히 K 컬처 인기가 많아지면서 K 커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또 한곳을 꼽는다면 중동이다. 커피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쪽을 알아보는 중이다.”
기후 변화를 반영 … ‘대체 커피’ 관심 높아져
Q : 글로벌 커피 트렌드는.
A : “대체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줄고 있고, 실제로 커피 총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은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그렇다 보니 늘어나는 커피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4월에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SCA의 커피 엑스포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업계 전반적으로 브루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엔 젊은 사람들이 라떼나 블렌딩에 관심이 높았는데 요즘은 커피를 더 순수하게 즐기려 한다.”
Q :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커피 시장은.
A : “한국의 커피 소비량과 빠른 성장 속도를 보며 다들 놀라워한다. 무엇보다 한국 인스턴트커피에 주목한다. 인스턴트커피가 이렇게 다양하고 고급화될 수 있다는 점에 놀라는 거다. 또한, 그만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Q : 22번째 서울카페쇼가 끝났다.
A : “그동안 서울카페쇼를 ‘글로벌 커피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소개해왔다. 올해는 이 소개에 걸맞게 세계 36개국 675개사, 3750여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해가 갈수록 글로벌 커피 시장에서 한국의 커피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세계적 흐름인 ESG 전시 운영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는 점도 의미 있다. 100% 천연펄프로 만든 종이 물티슈를 배포하고, 전시장 곳곳에 다회용컵 세척기를 설치하는 등 폐기물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은 공간 브랜딩이나 도시와 커피의 관계성, 인플루언서가 이야기하는 카페 브랜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좋은 반응을 얻었다.”
Q : 아쉬운 점은.
A : “커피 산업에 종사 중인 사람들은 서울카페쇼를 ‘커피인의 명절’이라고 부른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업계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니까. 하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로는 한계가 있다. 도시가 성장하고 브랜딩하고 낙수효과를 얻으려면 그 도시를 대표하는 행사나 축제가 많아져야 한다. 서울카페쇼는 서울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행사다. 공항이나 역, 도심 등에 외국에서 서울카페쇼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안내해줄 수 있는 책자나 가이드가 있고, 서울 시내 카페들이 행사 기간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 등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 지원이 필요하다.”
Q : 다음 목표는.
A : “내년 5월 부산에서 ‘2024 월드 오브 커피 아시아(World of Coffee Asia)’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열린다. 부산은 대표적인 커피 도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 들어오는 그린빈의 90%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고, 영도를 중심으로 커피밸리가 형성돼 있다. 국제적 행사에도 적합하다. 해운대를 중심으로 숙박시설이 충분히 있고 벡스코·누리마루 등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기차와 항공편 등 교통과 접근성도 편리하다. 서울카페쇼가 한국 커피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왔듯, 부산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고 싶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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