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Food] 올해 라면 트렌드는 ‘누가 더 매운가? 얼마나 더 건강한가?’

안혜진 2023. 11.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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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종이 넘는 것 중에 당신의 입맛 사로잡을 라면은

올해 라면 트렌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누가 더 매운가, 얼마나 더 건강한가’다. 극단의 취향이 모두 담긴 셈.
400종이 넘는 라면의 세계에서 당신의 입맛을 사로잡을 라면은 무엇인지, 가이드를 만들어봤다.


매운맛 챌린지가 쏘아 올린 매운 라면 열풍


‘매운 라면’이 쏟아져 나온다. 불닭볶음면이 쏘아 올린 매운 라면 열풍이 더 거세어졌다. 사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당시 지나치게 맵고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2년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영국남자’ 유튜브 채널에서 불닭볶음면이 소개되면서다. SNS상에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하며 지구 반대편 외국인들이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울고 웃었다.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352억원, 그중 71.5%인 2398억을 해외에서 벌었다.

매운 라면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농심도 ‘더’ 매워진 라면을 출시했다. 지난 8월 선보인 ‘신라면 더 레드’다. 신라면 더 레드는 이름 그대로 빨간 맛이다. 매운맛 농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Scoville scale)가 7500SHU다. 기존 신라면보다 약 2배 더 맵다. 하지만, 혀를 찌르는 매운 맛은 아니다. 신라면에 청양고추 한두 개를 더 썰어 넣은 정도로 맵부심(매운 것을 잘 먹는 자부심이라는 신조어)이 있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신라면 더 레드는 한정 판매 제품이었으나 출시 80일 만에 1500만 개가 팔려 지난 20일 정식 출시했다.

오뚜기도 스테디셀러인 열라면 시리즈를 재구성해 매운 라면 대열에 동참했다. 시작은 지난 8월 출시된 ‘마열라면’. 열라면에 동결 건조한 마늘후추블럭을 추가해 알싸한 맛을 더한 제품이다. 지난 9월에는 세븐일레븐과 협업한 ‘대파열라면’을 선보였다. 대파열라면은 맵지만 대파의 시원한 맛이 잘 살아있어 해장용으로 더 인기가 있다.

인기 라면 매운맛 비교 (수치는 맵기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

고통에 가까운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라면도 대거 등장했다. 기존 불닭볶음면에서 매운맛을 세 배로 높인 ‘핵 불닭볶음면(3X매운맛)’(13000SHU), ‘틈새라면 극한체험’(15000SHU),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염라대왕라면’(21000SHU) 등이다. 이 제품들은 모두 스코빌 지수가 1만 이상인 제품으로 먹기 전부터 매운 기운에 헛기침이 나온다. 참고로, 청양고추의 스코빌 지수가 4000~10000SHU 사이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매운맛의 인기 이유를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매운맛은 해소제 같은 역할을 한다. 먹을 때는 고통스럽지만, 다 먹고 나면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먹방, 쿡방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음식 관련 콘텐트가 셀 수 없게 많아졌다.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선 자극적인 요소가 필요한데, 매운 음식을 더 맵게 조리해 먹는 콘텐트는 이런 니즈에 잘 부합된다. 다른 이유로는 색다른 도전을 즐기고 인증하며 공유하는 젊은 세대들의 특징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턴트라면, 건강하지 않다는 편견에 도전


한 쪽에선 스코빌 지수 전쟁 중인데, 다른 한 쪽에선 심심할 정도로 건강을 추구하는 라면이 인기다. 극단의 취향. 요즘 라면 트렌드다. 코로나 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함’을 표방한 제품들이 다수 출시됐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채식(비건) 라면. 농심은 채식열풍이 일어나기 전인 2013년 한 발 앞서 ‘야채라면’을 출시했다. 7가지 채소를 조합해 국물 맛을 내는데, 깔끔하고 담백하다. 2019년에는 오뚜기가 채소라면의 황제라는 뜻의 ‘채황’을 선보였다. 양배추, 청경채, 버섯 등 10가지 채소를 사용해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채황은 영국 비건 협회에 정식 제품으로도 등록되었다. 2021년에는 삼양과 풀무원에서 각각 ‘맛있는 라면 비건’과 ‘자연은 맛있다 정면’을 선보였다.
인기 라면 국물 비료

다이어터를 위한 저칼로리 라면도 인기다. 대표적인 제품은 오뚜기 ‘컵누들’. 2004년 출시한 컵누들은 감자·녹두로 만든 당면을 활용해 칼로리와 식감을 모두 잡았다. 작은컵 기준 칼로리가 120kcal 밖에 되지 않는다. 20년 가까이 꾸준하게 인기를 끌면서 매콤한 맛부터 우동맛까지 종류도 다양해졌다. 올해 10월에는 마라탕 맛을 출시해 3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라는 기록을 세웠다. 농심 ‘신라면 건면’의 인기도 꾸준하다. 신라면 건면은 신라면보다 덜 기름지면서도 맛은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라면을 보다 건강하게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2019년 출시 이후 지난 6월까지 1억 8000만 개가 팔렸다.

식사 대용(HMR) 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1000만 개가 팔린 ‘쇠고기 미역국 라면’은 양지, 우사골, 돈사골을 담은 고소하고 진한 육수로 소비자의 꾸준한 선택을 받으며 오뚜기의 스테디셀러로 안착했다. 쇠고기 미역국 라면의 후속으로 나온 ‘북엇국 라면’ 역시 북어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풍미를 담아, 식사 대용으로 인기가 있다. 감자전분으로 만든 감자라면, 밀에 보리가루를 섞어 만든 보리라면 등 웰빙 바람이 불며 면을 새롭게 해석하는 라면들도 등장했다.

이렇게나 많은 라면 중에, 나의 입맛을 사로잡는 라면을 찾는 방법을 무엇일까. 『라면 완전정복』의 저자이자 라면 전문 블로거 지영준 씨는 ‘낱개 구매’를 추천했다. 4~5 개입 묶음 제품으로 샀다가 입에 맞지 않으면 곤란하니 처음 먹어보는 제품은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마켓에서 한 봉씩 낱개로 구매해 도전해보라는 것이다. 또 “새롭게 도전할 라면은 평소 먹던 라면과 비슷한 맛의 제품으로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것이 좋다. 도전하다 보면 또 다른 맛과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기업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지역 특산품을 접목한 이색 라면들이 출시되고 있다. 맛은 다소 투박하지만, 소화가 잘되고 자극적이지 않으니 기회가 된다면 시도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진 쿠킹 기자 an.h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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