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한국서도 수퍼차저 개방…현대차는 ‘이핏’ 확대
전기차 충전기 플랫폼 시장이 뜨겁다. 최근 판매가 주춤한 전기차 시장과 대조적이다. 테슬라 등 기존 사업자는 ‘개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현대차 같은 후발 주자는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23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전날 국내 수퍼차저를 타 브랜드 전기차에 전격 개방했다. 전국 84개 충전소에 있는 수퍼차저 570여 대를 우선 개방하고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국내 148개 충전소에서 1007대의 수퍼차저를 운영하고 있다.
수퍼차저 개방은 테슬라의 글로벌 운영 방침이다. 현대차나 볼보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테슬라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고 결제 정보를 입력하면 수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다. 테슬라 앱에서 충전을 원하는 충전소와 충전기 번호를 선택한 뒤 플러그를 연결하면 충전이 시작된다.
전기차 업계에선 수퍼차저 개방이 테슬라식 시장 확대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타 브랜드에 플랫폼을 열어두면서 이들을 테슬라 플랫폼에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효과를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4분기부터 북미에서 파는 전기차에 테슬라 수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는 ‘북미충전표준(NACS)’ 포트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이핏(E-pit)’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이핏을 기존 28곳에서 44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이핏을 제주와 강원 등 전국 도심 곳곳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인제스피디움 같은 트랙에도 별도의 초고속 충전소를 세우고 있다. 차를 좋아하는 마니아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도 전기차 충전기 플랫폼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고속도로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시작한 SK에 이어 LG도 전기차 충전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LG전자는 지난 16일 완속·급속전기차 충전기 라인업을 앞세워 미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미 시장에 11㎾급 완속충전기와 175㎾급 급속충전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실 충전 인프라 부족은 전기차 확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더해 불량 충전기는 이를 부채질하는 원인 중 하나다. 문제는 충전기 고장을 바로잡을 만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오지에 있는 충전기는 관리가 되지 않아 전체 충전기의 과반이 고장이라는 지적도 있다”며 “고장 난 충전기가 있으면 민관 구분 없이 수리하고 별도의 비용을 지급하는 일본 제도 등을 참고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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