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균열 생겼나…‘추가 감산’ 회의 연기에 유가 급락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 정례 회의가 돌연 연기됐다. 추가 감산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으로 회의 일정이 갑자기 미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방어를 위한 산유국 간 생산량 조정 협의가 삐걱대면서, 국제 유가도 급락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86% 하락한 배럴 당 7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6일로 예정됐던 OPEC+ 정례회의가 30일로 미뤄졌다는 소식이 이날 전해지면서, WTI 가격은 장중 한때 5% 넘게 떨어졌다. 같은 날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 대비 0.73% 하락한 배럴 당 81.88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최근 국제 유가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 의 지속적 감산에 지난 9월에는 배럴 당 90달러 중반까지 가격이 치솟았었다. 지난달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까지 터지며,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커졌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 감소 전망이 나오면서, 배럴 당 70달러 선까지 가격이 다시 하락했다. 지난 두 달간 가격 하락 폭만 최대 약 21%에 달한다.
이 때문에 원래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OPEC+ 정례회의에서는 추가 감산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컸다. 앞서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유가 하락과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 전쟁에 분개해 회원국들이 하루 10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OPEC+가 정례회의를 미룬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외신들은 추가 감산에 대한 회원국 간 이견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일정을 조정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특히 아프리카 산유국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앙골라·콩고 등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발생한 자금난으로 생산량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이들 국가의 목표 생산량보다 실제 생산량이 못 미치자, 지난 6월 사우디는 이들에게 목표 생산량을 낮추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이 이런 요청에 크게 반발하면서 생산량 감축 시도가 무산한 적이 있다. 26일 회의를 앞두고도 사우디가 또다시 아프리카 산유국에 추가 감산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에너지컨설팅 회사 라이스타트 호르헤 레온 부사장은 “모든 회원국은 내년까지 가격을 뒷받침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문제는 이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분담하느냐다”라고 했다.
다만, 추가 감산 시도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감산 총대를 사실상 혼자 메고 있는 사우디가 추가 감산에 동의하지 않는 회원국들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고 있는 중동 정세도 변수다. 22일(현지시간) FT는 “연기된 회의 시점(30일)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 기간 만료 시점이라, 이들이 적대 행위를 재개하면 추가 감산이 결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하락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원유 공급 과잉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산유국들에 부담이다. 21일(현지시간) 토릴 보소니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시장 본부장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산유국들이 내년까지 감산을 연장해도 세계 석유 시장이 약간의 공급 과잉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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