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도 7개월 만에 내렸다…서울 집값 하락세 확산
“31평(전용 76㎡)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5000만원 이상 떨어졌어요. 갑자기 매수세가 붙질 않네요.”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문 A공인중개사에게 최근 매매 시장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4424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에서 지난 8월 15건이 거래 신고됐지만 9월에는 5건, 10월엔 4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24억3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76㎡는 이달 23억7000만원에 팔렸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강남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서초구도 상승세가 멈췄다. 올 들어 집값이 빠르게 오른 데다,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당분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퍼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서울 아파트 거래는 8개월 만에 최저 기록을 갈아치울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새 0.03% 올랐다. 전주(0.05%)보다 상승 폭이 0.0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강남구 아파트값(-0.02%)이 지난 4월 17일 이후 31주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서초구(0%)는 31주 만에 상승세를 끝냈고, 송파구(0.05%)는 오름폭이 3주째 줄었다. 외곽 지역인 노원구(-0.04%)와 강북구(-0.03%)는 3주 연속, 구로구(-0.02%)는 2주 연속 내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줄면서 일부 단지에서 가격이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권에선 직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른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전용면적 74㎡는 이달 초 30억원에 팔렸지만, 최근엔 29억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84㎡도 이달 초 19억2000만원에 거래돼, 지난달 거래가격(20억~21억원대)보다 1억~2억원 하락했다. 지난 9~10월 24억~25억원을 넘나들던 인근 ‘리센츠’와 ‘엘스’의 같은 면적 호가(부르는 값)도 22억원대까지 내려간 상태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싼 집을 팔고 송파로 이사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대출 규제로 기존 집이 팔리지 않게 되면서 ‘갈아타기’ 움직임도 줄었다”고 말했다.
집을 사려는 수요 자체도 줄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6으로 전월보다 11.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는 이날 기준 2262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그치고 있다. 아직 신고 기한(계약부터 30일)이 한 주가량 남아 있지만, 이 추세라면 지난 2월(2454건)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강남 3구 중에선 송파구(140건) 거래량이 전월보다 46% 줄었고 서초구(80건)와 강남구(130건)도 같은 기간 각각 45%, 33% 감소했다. 9510가구 규모 대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달 신고된 매매 거래는 10건으로, 전월(26건) 거래량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구는 물론 서초·송파구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확산할 것”이라며 “다만 주택 공급 부족 불안 심리와 분양가 상승 등 요인으로 지난해처럼 급락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등 경제 여건 악화로 수요가 위축돼 L자형 횡보세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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