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단축하려 5조 추가 논란에…달빛고속철도 ‘고속’ 뺀다
대구와 광주광역시가 ‘달빛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고속이 아닌 일반 철도로 추진하기로 했다. 대구와 광주를 오가는 데 고속철도를 놓으면 일반철도보다 2분 더 일찍 도착하지만, 무려 2.5조원이 추가되는 등 사업 적절성에 논란이 일자 방향을 바꿨다. 〈중앙일보 11월 22일자 1면〉
대구시와 광주시는 23일 “달빛철도를 건설하는 데에 고속철도를 고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광주에서 대구까지 시속 350㎞인 고속철도 운행 시간은 83.55분, 시속 250㎞ 일반(고속화)철도는 86.34분으로 2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철도 건설은 지난 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구시청에서 만난 자리에서 홍 시장이 홍 대표에게 제안했고, 강기정 광주시장도 동의했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대구시 철도시설과 관계자는 “정차역이 많다 보니 최고속도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이 얼마 되지 않아 고속-일반철도 차이가 크지 않다”며 “현재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 발의돼 있기 때문에 법안 심사 과정에서 수정사항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달빛고속철도는 대구·광주의 순우리말 명칭인 ‘달구벌’과 ‘빛고을’ 첫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광주 송정역을 출발해 광주역~전남(담양)~전북(순창·남원·장수)~경남(함양·거창·합천)~경북(고령)을 거쳐 서대구역까지 6개 시·도 10개 시·군·구를 지난다. 열차 통과 구간이 대부분 인구 10만 이하인 군 단위 지역이어서 이용객이 적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대구·광주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2038년 아시안게임 유치와 영·호남 동서 화합을 개통 명분으로 내세워 지난 8월 달빛고속철도를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경제성이 낮아 20여 년간 번번이 좌절됐던 달빛고속철도를 경제성 평가를 거치지 않고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역대 최다인 261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일부에선 나라 살림이 적자인데 수조원이 소요되는 사업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논란도 커졌다. 국토교통부마저 난색을 보이자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국토부는 특별법대로 ‘복선·고속’ 철도를 건설하면 총사업비가 11조299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만약 대구시와 광주시가 이날 밝힌 대로 ‘일반·복선’ 철도로 건설하면 사업비는 8조7110억원으로 2조5889억원이 줄어든다. 앞서 국토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21~2030년)에는 달빛고속철도가 ‘단선·일반’ 철도 건설로 반영돼 있다. 이 경우 올해 물가를 반영하면 사업비는 6조429억원이 된다.
다만 대구시와 광주시는 복선 건설은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단선은 선로 한 개로 열차가 오가기 때문에 건설 비용은 저렴하지만, 충돌사고 위험이나 열차 지연 가능성이 커진다. 복선은 단선과 달리 선로를 2개 이상 놓아야 해 비용이 더 든다. 광주시는 “고속철도는 포기하더라도 동서를 잇는 철도의 효용, 안전을 고려해 복선 건설을 건의한다”고 설명했다.
두 지자체는 또 “달빛철도는 지역 균형발전과 동서 통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특별법 연내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8월 페이스북에 “(달빛철도의) 경제성만 따지는 수도권 논리대로라면 지방은 영원히 대형 국책사업의 혜택을 볼 수 없다”며 “미래지향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썼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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