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개 공공병원도 인력난…최초 공립 의대 만들고 싶다”

최민지 2023. 11.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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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걸 서울시립대학교 총장이 20일 시립대 본관에서 공립의대 추진 등 발전 방안에 대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서울시립대가 내건 대학의 비전 중엔 ‘서울 및 지방과의 상생과 동행’이 포함돼 있다. 대학 이름에 ‘시립’이 들어간 유일한 4년제 공립대학이기에 다른 어느 곳보다 지역에 기여한다는 사명이자 목표가 뚜렷하다. 원용걸(60) 서울시립대 총장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할 사명감 있는 의사를 배출하겠다”며 새로운 목표를 던졌다. 지난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그의 포부는 최근 대학가를 뒤흔든 키워드, 의대생 증원 및 의대 설립과 연결돼 있다. 전국 최초로 ‘공립 의대’를 만들어 인력 기근을 겪고 있는 서울시립병원에 종사할 의사를 양성한다는 구상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 의료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원 총장의 판단이다. 전 국가적인 정책과 연결돼 있어서 서울시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원 총장으로부터 의대 설립을 포함한 서울시립대의 다양한 포부를 들어봤다.

Q : 의대 설립을 추진한 배경은.
A : “지역 기여 차원이다. 서울시립대는 국가 재원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와 달리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지역 발전에 공헌할 의무가 있다. 의대 설립의 걸림돌인 실습처 마련도 우리에겐 큰 문제가 안 된다. 서울의료원 등 서울시가 운영 중인 12개 병원을 활용하면 된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이런 구상을 직접 설명드렸다.”

Q : 서울보다는 지역 의대 증원이 급한 것 아닌가.
A : “서울은 빈부 격차가 큰 도시다. 노숙자, 결핵 환자 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격인 시립병원은 의사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12개의 시립병원 중 보라매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이 의사 정원의 50~80%밖에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 공급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1994년 이후 여러 지자체가 병원을 세웠지만 여기서 일할 의사를 양성하는 기관은 없었다. 반면, 일본은 82개 의대 중 9곳이 현립, 부립, 시립대학이다.”

Q : 시립대 출신 의대생들도 필수 의료분야를 벗어날 수 있지 않나.
A : “미국 뉴욕시립대(CUNY) 의대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CUNY는 주로 취약계층 자녀들을 뽑아서 의사로 양성한다. 졸업생들은 의사가 부족한 의료 취약 지역에서 근무한다. 우리로 치면 저소득층 등을 선발하는 기회균등전형 정원을 많이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소명의식을 강조하는 커리큘럼을 짜야 한다.”
시립대의 또 다른 도전 중 하나는 첨단융합학부 신설이다. 이번 대학 입시에서 첫 신입생 20명을 정시모집에서만 뽑고 불광역 주변에 새롭게 은평캠퍼스(2028년 완공 목표)가 생긴다.

Q : 첨단학부는 왜 만들었나.
A : “지난해 교육부가 첨단 기술 인력을 늘리겠다며 수도권 대학까지도 정원을 늘려줬다. 우리는 신청했다가 떨어졌지만, 미래 사회에 대처하려면 첨단학부가 필요하기에 각 학과의 편입학 정원을 모아 첨단융합학부를 만들었다. 20명(지능형 반도체 전공 10명, 인공지능 전공 5명, 바이오헬스 전공 5명)의 소수정예 학부다. 교육을 위해 반도체 공정을 실습할 수 있는 100평 규모의 클린룸도 설치한다. 또, 학부 내에선 3개 전공의 벽을 허물어 학생이 원하면 복수전공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짰다.”

Q : 새로운 캠퍼스는 어떻게 운영되나.
A : “은평캠퍼스는 산학협력, 창업에 특화된 곳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캠퍼스 부지의 특성과도 관계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직(職)·주(住)·락(樂) 융복합도시’ 내에 자리한다. 주거, 일자리, 문화시설을 두루 갖춘다는 뜻이다. 시립대는 이 융복합도시에 들어온 기업과 협업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운영하는 창업학 전공도 확대 개편해서 은평캠퍼스에 창업학과를 설치할 예정이다. 평생교육대학도 신설해 시민 재교육을 돕겠다.”
서울시립대는 2012년부터 동결된 등록금을 인상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올해 기준 시립대 등록금은 연 239만5890원이다. 전국 4년제 대학 190곳(교대 제외) 중 5번째로 낮은 액수다.

Q : 10년 넘게 동결된 등록금을 올릴 수 있을까.
A : “현재 우리 대학 등록금은 국립대학의 2분의 1, 사립대학의 4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기사를 보니 고등학교 등록금보다도 적더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고 학생 1인당 학부모 부담금은 862만원으로 집계됐다) 직원 확충도 힘든, 절박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5월 ‘서울시립대 등록금 정상화 공론화 위원회’가 출범했다. 지금까지 5차례 토론회를 했고, 24일 최종 결론을 내기 위한 회의가 열린다. 위원회 의견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전달돼 반영될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존중할 생각이다.”

Q : 등록금이 저렴해서 ‘재수하기 좋은 대학’이라는 오해도 받는다.
A : “실제 데이터를 보면 시립대는 서울대, 이화여대 다음으로 중도이탈률이 낮다(2022년 기준). 구성원 입장에선 억울한 오해다. 실제로 학생 대상 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교육환경, 장학제도,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는 높게 나왔지만, 이미지 평판도가 낮게 나온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내외 평판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등록률도 5%로 올리는 등 국제적인 역량을 올리는 노력도 병행하겠다.”
☞원용걸 총장=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제경제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했고 정경대학장, 사회과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등을 맡았으며 현재는 한국국제경제학회 부회장 및 운영이사,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 위원,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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