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30분 걸으면 350원 적립”…MZ식 교통비 졸라매기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1)씨는 퇴근할 때 꼭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알뜰교통카드 앱을 이용하면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지하철역 혹은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기 때문이다. 하루에 30분 정도 걸으면 이씨에게 350원이 적립된다. 그는 “지난달엔 8703원, 9월엔 6894원을 적립했다. 매번 앱을 켜는 게 귀찮지만, 대중교통비를 아끼자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통학이나 출퇴근 시 교통비를 절약하는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올해 들어 대중교통 이용요금이 줄줄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지하철·버스·택시비를 포함한 운송서비스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1%를 기록했다. 16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지하철 요금인 도시철도료가 9.2% 상승하면서 철도 여객수송 물가가 6.3% 올랐다. 시내버스료(11.3%)·시외버스료(10.2%)·택시료(20%)가 포함된 도로 여객수송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13.8% 뛰었다. 지난 2월 서울 택시요금(3800→4800원) 인상을 시작으로 8월 서울 시내버스(1200→1500원)·광역버스(2300→3000원) 요금, 10월 수도권 지하철(1250→1400원) 요금까지 전국적인 교통료 인상이 겹친 영향이다.
통계청의 지난 3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전체 가계의 교통비는 월평균 32만6440원으로 1년 전보다 부담이 4.7%(1만4716원) 늘었다. 교통비 지출에는 교통수단 이용요금 외에 자동차 구입비·유지비 등도 포함된다. 기차·지하철 비용인 ‘철도운송’과 버스·택시 등의 요금인 ‘육상운송’을 따로 추리면 상승세는 더 가팔라진다. 3분기 철도운송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어난 8624원, 육상운송은 9.4% 증가한 2만1949원이다.
이에 직장인들은 비용이 적게 드는 출퇴근 수단을 찾아 나섰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32)씨는 지난달부터 버스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인데 하루에 2800원(왕복)을 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공자전거를 이용하면 6개월에 2만원, 1년에 3만원이면 된다”고 말했다.
또 김모(31·경기도 고양)씨는 그간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하다가 지난 7월 직장 동료가 바로 옆 단지로 이사오면서 ‘카풀’을 하고 있다. 김씨는 “시간은 비슷한데 한 달에 광역버스 요금을 6만원 정도 아낄 수 있다. 커피를 종종 사는데 교통비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아예 두 다리로 걷는 걸 택한 이들도 있다. 직장인 정모(31)씨는 ‘토스 만보기’ 앱을 이용해 하루 몇십~몇백원의 적립금을 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팔을 걷어붙였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7월부터 지하철·버스 통합권인 ‘K패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매월 21회 이상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60회까지 교통비의 20%(청년 19~34세 30%, 저소득층 53%)를 환급한다. 서울시는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운영한 뒤 하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이 카드는 한 달에 6만5000원을 내면 서울 대중교통과 공공자전거(따릉이), 한강 수상 교통수단(리버버스)을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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