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려면 먼저 배당세부터 낮춰야”

권기석,이광수 2023. 11. 23. 23: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 초대석] 70돌 맞은 금투협 서유석 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 회장은 “개인·퇴직연금 시장에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배분펀드’를 만들기 위해 업계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윤웅 기자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 넉 달 뒤인 1953년 11월 25일. 현 금융투자협회의 전신인 대한증권업협회가 설립됐다.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는 70년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킨 금투협회와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20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협회 설립 70년이 지났지만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이제 겨우 청년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1988년 대한투신(현 하나증권)에 입사해 평생을 금투업계인으로 살아온 그의 냉정한 평가다.

만난 사람=권기석 경제부장

-올해 초 취임해 곧 취임 2년 차를 맞는다. 내년 가장 관심 두는 일은.

“풀리지 않은 과제를 계속 진행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현상)’를 해소하려 한다. 먼저 상장사들의 배당 성향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배당세를 낮추자고 얘기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주주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추는 ‘부자 감세’ 아니냐고 지적한다. 대주주에게 일부 혜택이 돌아가지만 그 대신 주가가 오르게 된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 1000조원 중 150조원이 국내주식에 투자돼 있다. 주가가 오르면 150조원이 250조원이 돼 국민 전체가 수혜를 보는 것이다. 국민 전체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 일부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금융 수출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금융에는 왜 삼성전자가 없냐는 지적이 있다. 제조업과 엔터테인먼트, IT(정보기술) 등 많은 국내 산업이 세계에서 선두 주자 반열에 올라있다. 유독 금융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금융을 ‘탑 티어’로 올려놓을 수 있으면 여기서 생산되는 가치를 통해 국부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은 예전보다 많이 커졌다. 다만 이들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도 비례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야 증권사의 몸집이 더 커질 수 있고 세계에 나가 대등한 입장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일은.

“연금시장에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금투협에 오기 전부터 고민했다. 경쟁력 있는 ‘자산배분펀드’를 만들기 위해 업계와 논의 중이다.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으로 투자처가 분산돼 있어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펀드다. 전 세계 모든 연기금은 그렇게 투자하고 있다. 생애주기에 맞춘 ‘TDF’처럼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다. ‘디딤펀드’로 얘기 중이다. 또 국내 혁신 성장기업(스타트업)에 모험 자본을 공급하기 위한 기구인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정부와 함께 추진했다. 현재 관련 법안 발의가 돼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요즘 투자자들은 공모펀드보다 ETF(상장지수펀드)를 선호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IT 발달로 실시간 가격을 반영할 수 있게 됐다. 펀드는 기준 가격 산출 과정이 있어 전날 종가로 거래한다. 어떤 것이 합리적인가.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시장 점유율 77%를 차지하는 과점 체제다. 현업에 있을 때도 ETF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다른 운용사들도)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이 하지 않는 독특한 상품을 만들고 액티브 ETF를 운용해야 한다. ETF는 곧바로 성과가 나지 않으므로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공모펀드 운용사에게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현재 운용 중인 펀드를 ETF로 바꿔 상장하라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해 이런 부분을 노력하려 한다. 미국도 공모펀드 인기가 줄면서 펀드를 ETF로 전환해 상장하고 있다.”

-대체거래소 설립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됐나. 기존 한국거래소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올해 7월 금융당국의 예비 인가를 받았다. 내년에 본 인가를 받고 2025년에 열기로 돼 있다. 거래시간에 차별점을 두려 한다. 거래소가 하지 않는 야간 거래를 도입한다. 또 일반 투자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호가를 제시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수수료도 더 저렴하게 책정하려고 준비 중이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내면 어느 거래소에 주문을 내는 것이 유리한지 실시간 판단을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상생 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금투업계는 어떤가.

“금투업계에 400여개 업체가 있다. 알게 모르게 하는 것들이 꽤 있다고 본다.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상생방안을 내놓을 때라고 생각한다. 금투업계가 수익만 추구하고 야박한 곳 아니냐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그런 인식을 개선하려 한다. 금투 회사는 금리를 깎아주는 식의 상생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비즈니스와 상관없이 이익이 나면 사회공헌을 하려고 한다.”

-빚내서 투자하는 것이 사회 문제다.

“투자자 교육을 하고 있다. 빚내서 투자하면 안 된다. 마음이 조급해져서다. 조금만 주가가 떨어지면 불안해지면서 본인 일도 못하게 된다. 본인 돈으로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해도 버틸 수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주가를 ‘업앤다운’ 관점으로 본 것이 실패라고 얘기했다. 등락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사라는 말이다. 해당 산업군 내 대표 기업이라면 주가가 등락을 겪더라도 결과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

권기석 경제부장, 정리=이광수 기자 g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