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산엑스포'…한영 경제·안보 협력 지평 넓힌 尹, 파리로 출발
"英에 베컴 있다면, 韓엔 손흥민 있다"…의회 영어 연설, 30초 기립박수
한영 정상회담서 '다우닝가 합의' 채택…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한영 FTA 개선·반도체·원전 등 분야 MOU 37건 체결…2700억 계약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3박 4일간의 영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로 이동한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영국 왕실 전용 차량인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타고 런던 버킹엄궁에 도착해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 왕실 인사들과 만나 작별 인사를 한 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윤 대통령은 파리에서 2박 3일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막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 국왕이 초청한 첫 국빈인 윤 대통령은 영국 방문 기간 동안 국방·안보, 경제, 첨단 과학기술, 지속 가능 개발, 인적 교류 등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포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20일 런던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동포간담회를 가진 뒤 21일부터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공식환영식, 국왕 주최 환영 오·만찬, 참전기념비 헌화, 무명 용사의 묘 헌화, 의회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영국은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극진한 예우로 맞이했다. 윌리엄 왕세자 부부가 직접 윤 대통령 부부가 묵고 있는 런던 호텔을 찾아 공식환영식이 열리는 '호스 가즈'(Horse Guards) 광장으로 안내했다. 공식환영식에선 왕실 근위대 사열, 예포 41발 발사, 마차 행진 등 최고의 의전이 제공됐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과 백마 네 마리가 끄는 '황금마차'(아일랜드 마차)에 올라 호스 가즈 광장에서 '더 몰'(The Mall) 대로를 따라 버킹엄궁까지 1.6km가량을 이동했는데, 공식환영식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날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찰스 3세 국왕은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한 구절을 영어로 낭송하며 윤 대통령 부부를 환영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정형시) 104번의 한 구절을 인용해 영어 건배사로 화답했다.
이날 만찬장엔 윤 대통령 부부와 찰스 3세 국왕 부부, 리시 수낵 총리 부부, 윌리엄 왕세자 부부 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블랙핑크 멤버 4명(제니·지수·리사·로제)과 토트넘 핫스퍼 FC 위민에서 뛰는 조소현 선수, '영국남자' 유튜브를 운영하는 올리버 켄달 등도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영국 의회에서 17분에 걸쳐 영어로 연설했다. 특히 양국이 '문화·예술 강국'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은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상하원 의원들 전원은 기립해 약 30초간 박수를 쏟아냈다.
국빈 방문 사흘째인 22일에는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했다.
양국 관계를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국방·안보(8개)·경제(과학기술·무역 투자, 26개)·미래(11개) 등 3대 분야에 걸쳐 총 45개 과제를 이행하기로 했다.
국방·안보 분야에선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 신설 △국방협력 양해각서(MOU) 추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사이버안보 분야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방산 공동수출 MOU 체결 등이 이뤄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은 양국 정상 차원에서 채택한 최초의 사이버 협력"이라며 "미국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 정보기관 공동체) 국가와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 가교가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디지털 파트너십·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우주협력 MOU 체결△양자기술·합성생물학 분야 협력 △차기 '미니 화상 인공지능(AI) 안전성 정상회의' 공동 개최 등 AI 분야 협력 등이 포함됐다.
무역·투자 분야에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 개시 선언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 설치 △한영 상호 투자 협력 채널 구축 △한영 공급망 대회 개최 △한영 세관상호지원협정 체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래 분야에선 △청정에너지 파트너십·해상풍력 MOU 체결 △원전분야 광범위한 협력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 △2050 탄소중립 달성 협력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재정기여 증대 등에 합의했다.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폐기, 러북 간 무기 거래 반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관련 민간인 보호·인도적 지원·확전 방지 노력 강조 등 글로벌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입장도 담겼다.
아울러 양국은 청년 간 인적 유대를 증진시키기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는데, 2024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30세에서 35세로 상향 조정하고, 대상 인원도 1000명에서 5000명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비즈니스 포럼,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 포럼,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 등 경제 일정도 소화했다.
특히 이번 한영 비즈니스 포럼 계기로 양국 정부 간에는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 공동선언문 △반도체 협력 MOU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원전 협력 MOU △해상풍력 MOU △방산 공동수출 MOU 등 6건이 체결됐다.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AI·방산 등 분야에서 31건의 MOU가 체결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효성중공업·경동나비엔 등은 영국 기업과 약 2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양국 정부 및 기업·기관 간에 9건의 원전 협력 MOU가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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