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기다리는 정릉골 ‘달동네’···서울에서 보기 드문 1400가구 타운하우스
서울 대표 ‘달동네’ 정릉동 정릉골구역이 서울에선 보기 드문 타운하우스 단지로 거듭난다. 최근 주민 총회를 마치고 연내 관리처분인가 받는 것을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릉골은 1960~1970년대 서울 도심 개발로 밀려난 철거민들이 강제 이주해 만든 주거지다. ‘토지’를 쓴 소설가 박경리가 생전 거주하던 곳이기도 하다. 북한산 자락에 있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지만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2003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고, 2008년 특별경관관리지역 시범사업구역으로 지정돼 공동주택 개발을 추진했다. 당시 정릉골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소유주 80%가량이 외지인으로 손바뀜했다.
정릉골은 여느 정비사업지처럼 처음에는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재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자연 경관을 보존해야 한다며 단지 최대 층수를 4층으로 제한하면서 고급 타운하우스 건설로 방향을 틀었다. 정릉골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이 자연경관지구여서 12m 이하, 3층 이하로만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의 과정에서 예외적으로 4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허가받았지만 건폐율도 용도지역과 상관없이 30%로 제한된다. 대지면적의 30% 이상을 조경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규제도 있다. 어쨌든 ‘친환경 타운하우스’를 표방한 정릉골은 2012년 8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2017년 6월 조합을 설립했다. 2020년 3월 건축심의를 통과한 뒤 2021년 12월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냈다. 이때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지 약 18년 만이다.
최근에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앞두고 주민 총회도 열었다. 정릉골 재개발 조합은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초 정비사업자금 대출 보증 신청·심사 등을 거쳐 봄께 이주를 시작할 전망이다. 정릉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정릉골 주택 70% 이상이 빈집이어서 주민 이주와 철거는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테라스형 전용 84㎡ 9억원 예상
이제 정릉골 일대 15만1791㎡ 부지에는 지하 2층~지상 4층 81개동, 1411가구 규모의 공동주택과 복리시설이 들어선다. 일반 공동주택과 테라스하우스가 어우러진 타운하우스다.
전용면적별로 ▲59㎡ 377가구 ▲74㎡ 46가구 ▲84㎡ 907가구 ▲96㎡ 8가구 ▲114㎡ 64가구 ▲165㎡ 9가구로 구성된다. 조합원이 635명인 점, 임대 물량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분양 물량만 770여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은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가 맡았다. 1411가구 모두 테라스하우스로 짓고 조합원 가구 100%가 북한산, 정릉천 등 자연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실제 4층 이하 저층으로 계획된 공동주택은 구릉지인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건물의 높낮이를 달리한 계단형, 가로에 평행하게 배치하는 포디움형(Podium·가로대응형), 중앙에 정원을 넣은 바위형(중정형), 아랫집 지붕이 마당이 되는 테라스형 등 다양한 형태로 설계됐다.
단지에서는 리조트 스타일 인피니티 풀, 히노끼탕, 컨시어지 로비 등 다양한 형태 커뮤니티시설이 제공될 예정이다. 단지명으로는 ‘르테라스757’을 제안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도보 10분 거리에 경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이 있고 내부순환도로와도 매우 가깝다”며 “여기에 정릉초, 대일외고, 고려대사범대부속고 등도 인접해 있어 투자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지금 정릉골에 투자하면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릉골구역 조합원 분양가와 매물 가격을 고려하면 수익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정릉골구역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일반형 8억4870만원 ▲테라스형 8억9940만원이다. 가장 작은 전용 59㎡의 경우 ▲일반형 6억2930만원 ▲테라스형 6억6610만원이다. 가장 큰 평형인 전용 165㎡는 ▲일반형 14억9140만원 ▲테라스형 15억8020만원이다. 전용 84㎡형이 900가구 이상이라 조합원은 대부분 원하는 평형 신청이 가능한 구조다.
최근 정릉골에서는 전용 84㎡ 1층 테라스형(8억1500만원)을 받기로 한 조합원 매물이 6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감정가액이 4억9200만원이고, 웃돈이 1억5800만원이다. 이 매물을 매입해 조합원이 될 경우 추가 분담금(분양가-감정가액)은 3억23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정릉골 테라스하우스 한 채를 사는 데 총 9억7300만원이 드는 셈이다. 다만 최근 원자잿값, 공사비 등이 큰 폭으로 오른 점을 감안하면 최종 추가 분담금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한때 웃돈이 4억원에도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웃돈이 많이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저층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각 가구가 깔고 있는 대지면적이 넓다 보니 시세는 여느 아파트와 비교해 조금 더 비싼 편이다.
인근 ‘정릉현대힐스테이트3차(522가구, 2008년 입주)’의 경우 정릉골보다 북한산보국문역과 가까운데 전용 84㎡가 7억9000만~8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우이신설선 솔샘역과 가까운 ‘SK북한산시티(3830가구, 2004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 10월 7억300만원에 실거래됐다.
성북구로 범위를 넓혀보면 길음동 ‘길음뉴타운동부센트레빌(1377가구, 2003년 입주)’ 전용 84㎡가 지난 10월 8억5800만원에 실거래됐다. 이 아파트가 실수요자 선호도 높은 4호선 미아사거리역 역세권인 점을 감안하면 정릉골 타운하우스 시세가 아파트보다는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정릉골 타운하우스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에 공동주택 장점을 보완한 개념이다. 독립된 주거 공간을 가지면서도 대단지로 오밀조밀 모여 있어 아파트처럼 다양한 주거·복리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단독주택과 비교하면 관리가 좀 더 수월하다. 통상 입주자들이 협의해 주택 관리 업체를 선정하고 관리를 맡기는 덕분이다.
다만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 층고가 낮은 저밀도 주거지역을 조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과거에 주로 수도권 외곽이나 택지지구의 연립용지에 주로 들어섰다. 말하자면 정릉골 타운하우스는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타운하우스면서, 타운하우스 중에서도 보기 드문 1400여가구 대단지인 셈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정릉골구역은 북한산 국립공원과 정릉천 등과 가까워 도심에 보기 드문 좋은 자연환경을 갖춰 친환경 주거를 원하는 수요자에게 관심이 높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독주택이어서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환금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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