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여교사 목 조르며 욕설 퍼부었다…학폭 엄마, 징역 1년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자 수업 중이던 초등학교 교실에 찾아가 교사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한 학부모를 법원이 실형에 처했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판사 정희영)은 23일 선고 공판에서 상해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여성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교사와 학생이 수업하는 교실은 최대한 안전성을 보장받아야 할 공간”이라며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도 없이 수업 중인 교실에 침입해 폭언하고 교사에게 상해를 입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도 의문이어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1년 11월 18일 오후 1시 30분경 인천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하던 여성 교사에게 욕설하면서 목을 조르고 팔을 강제로 끌어당겨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에 회부된다는 학교 측 통보를 받자 일행 2명과 함께 학교에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이후 교실에 들어가 교사에게 “넌 교사 자질도 없다”라거나 “경찰·교육청과 교육부 장관에게도 이야기하겠다”며 욕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당시 교실에 있던 초등생 약 10명에게도 “우리 애를 신고한 게 누구냐”며 소리를 질러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도 있다.
이날 A씨는 재판에서 “욕설을 하지 않았고 교사의 목을 가격하거나 팔을 잡아당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당시 목격자인 학생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자기 아들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한 학생들이 수업받던 교실에 찾아가 교사를 때린 A씨의 행위는 앞으로 학생들이 피해 신고를 주저하게 할 수 있어 형량을 가중할 사유라고 판단했다.
A씨는 법원이 구속을 선고하자 “아이가 혼자 집에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에서 구속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해 교사의 탄원서에 따르면 당시 A씨와 함께 학교에 간 일행이 문 앞에 서 있어서 학생들은 교실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서로 부둥켜 울었다고 한다.
피해 교사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았고 급작스러운 배뇨장애, 자율신경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며 “일부 아이들은 피고인의 보복이 두려워 증언을 거절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인천교사노동조합도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엄벌을 촉구하며 탄원서와 1만명의 이름이 담긴 온라인 서명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인천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학교와 교사에 대한 악성 민원인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며 “교사의 인권과 교육할 환경을 보장하도록 초석을 다지는 역사적 판례로 남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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