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할 수 없는, 스스로 생각하는 창의인재 키워야”
“모방형 성장 수명 다해, 창조력 중요”
" “현재 우리나라는 AI(인공지능)가 잘하는 걸 따라잡기 위한 승산 없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답이 정해진 게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성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
저출산과 역성장, 취업 절벽…. 암울한 미래가 예견된 한국 경제의 해결책은 창의성 교육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3일 서울대 관정관 양두석홀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교육개혁TF 1차 심포지엄’에서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창조형 인적자본에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다면 창의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대학교육 개혁 방안은 무엇일까.
“대학이 창조형 인재 길러내는 역할 해야”
김 교수는 이번 학기 자신의 ‘동태적 거시경제이론’ 강의에서 적용한 창의적 수업 사례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수업의 중간고사 문제 중 하나는 “‘각주구검’의 고사에서 칼이 강에 빠진 위치를 배에 표시하는 ‘각주’의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람이 동태적 최적화 문제의 해를 푼 결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우화를 각색해 보시오”였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열린 문제를 풀면서 자신만의 주체적 세계, 창의적 세계를 만들어가는 훈련을 하게 된다”며 “비현실적인 것을 현실에 구현시키기 위한 논리적인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훈련 과정을 통해 창의성이 길러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쓸모없는 지식 암기…대입에서도 창의력 측정해야”
이공계 학생의 창의성 제고 방식을 발표한 김윤영 서울대 기계공학부 석좌교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수업을 듣는 학생들끼리 자유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한 사례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학점에 반영하지 않고 익명으로 참가하게 함으로써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다”며 “수업에서 배운 이론과 원리를 바탕으로 공학 문제 해결의 다양한 창조적인 생각들을 유도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입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세직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절반 이상의 쓸모없는 기존 지식을 반복 암기하느라 정작 창의력을 키우지 못한다”며 “수시와 수능, 면접 등 대입 과정에서 창의력을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으로 채택해 창의력을 키운 학생에게 대입 합격의 보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개혁 방안, 교육부도 많이 참고할 것”
곽용재 네이버클라우드 CTO(최고기술경영자)는 “과거처럼 기업이 학점과 수상 이력 같은 숫자와 글자만으로 취업의 당락을 결정한다면 학생들은 학점 경쟁 속에서 진정한 창의성 교육의 의미를 실현하기 어렵다”며 “창의성이 진짜 경쟁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가 함께 지금의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최한 국가미래전략원은 서울대학교의 학문적 자산을 기반으로 전 세계 주요 이슈를 연구하고 한국의 중장기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해 2월에 설립된 정책 싱크탱크다. 교육을 주제로 한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은 “교육은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해온 가장 중요한 자산이지만 점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국가미래전략원은 그 해법으로 창의교육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사를 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은 백년지대계인 만큼 국가미래전략원이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 중인 교육개혁 방식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좋은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교육부가 많이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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