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만리 주먹'의 굴욕…기세 몰아 쏜 미사일, 1㎞ 솟다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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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이어 또 심야 발사…직후 공중 폭발
23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오후 11시 5분쯤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고도 1~2㎞ 상공에서 폭발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해당 미사일은 1발로 초기 단계에서 발사에 실패해 우리 탐지자산으로 제원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는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쏘려다 실패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은 신형 IRBM용 고체연료 로켓엔진 1단부 및 2단부의 첫 지상 연소시험을 지난 11일과 14일 각각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고체연료 기반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확보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이어 IRBM으로 관련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는 게 합참의 당시 평가였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섞어 고체화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액체연료보다 개발이 어렵지만, 연료를 실은 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지하 시설에 숨겨놨다가 유사시 꺼내 즉각 발사할 수 있어 한·미로서는 발사 징후 포착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고체 IRBM 첫 시험 발사 가능성
북한은 액체연료 IRBM인 화성-12형을 보유했지만, 고체연료 IRBM은 발사한 적 없다. 고체연료 ICBM의 경우 올해 처음 화성-18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하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지상 연소시험 후 짧은 기간 무리하게 고체연료 IRBM 첫 번째 시험 발사에 나섰다가 기술적 문제로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KN-23·24·25 같은 SRBM이나 화성-17·18형 등 ICBM을 쐈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검증이 진행된 투발수단은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에 무력시위 용도로 적당하다. 다만 SRBM은 통상 실패하더라도 2발 이상 발사되곤 해 이번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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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지 찍었다는 北, 미사일로 후속 위협
결과적으로 위성에 이어 미사일로 ‘연타석 안타’를 노린 북한 입장에선 체면을 구긴 모양새가 됐다. “공화국 무력이 이제는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같은 날 주장 역시 빛이 바랬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는 김정은의 해당 발언을 전하며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괌의 앤더슨 미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군사시설의 사진을 보내왔다고 보도했는데 이들 지역은 북한 IRBM의 사정권에 들어온다.
이를 놓고 ‘눈’인 위성이 보는 곳을 ‘주먹’인 미사일로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려 했지만 실패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 위성이 궤도에는 진입했다면서도 정상작동을 하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 안팎에선 김정은이 위성 발사의 치적을 부각하며 한국의 대응 조치를 거세게 비난한 만큼 이번 실패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국방성 성명에서 한국이 9·19 군사합의를 효력 정지한 데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합의에 따라 중지하였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국의 효력 정지 카드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관계를 합의 이전으로 빠르게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빌미로 도발을 감행한다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효력 정지 조치에 대해선 "1조원의 이익이 있다면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손실은 1원"이라고 평가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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