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회장 유죄판결로 사법리스크↑…위기감 고조

채용비리 2심서 유죄…대법원 상고 예고
DLF판매 관련 징계 취소 소송도 남아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채용 비리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는 듯했지만 결과가 바뀌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2025년 3월 이전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연임에 앞서 남은 임기도 마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2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 2015년 공채 당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우대해달라는 지시를 내려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18년 6월 기소됐다. 또 2015·2016년 공채를 앞두고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 1로 맞추라는 지시도 내려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함 회장이 합숙면접 합격자와 관련해 개입한 게 판단되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신입 직원의 성비 불균형 선발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뒤집어지면서 함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연임은 물론 당장 기존 임기를 마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함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5년 3월 전에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

함 회장은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재판부의 판단에 존중한다"면서도 "상고해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다만 함 회장이 휘말린 송사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징계 취소 소송도 남아있다. 앞서 함 회장은 2020년 DLF 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았다. 문책 경고를 받으면 연임을 할 수 없고 3년간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그는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3월 1심에서 패소했다. 2심 결론은 내년 1월25일 나올 예정이다. 함 회장이 이 소송에서 끝내 패소할 경우 하나금융그룹 역대 회장 중 처음으로 연임에 실패하게 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