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신진서 대마 잡은 셰얼하오, 4강도 완승 거두고 결승 진출
2023 삼성화재배 4강전 첫날 결과
23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열린 2023 삼성화재배 4강전 첫날 경기에서 중국 14위 셰얼하오가 중국 11위 쉬자양 9단에게 흑 183수 만에 불계승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셰얼하오의 결승 상대는 24일 열리는 한국 박정환 9단과 중국 딩하오 9단과의 또 다른 4강전에서 가려진다.
4강에서 만난 셰얼하오와 쉬자양은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한·중 두 나라의 1인자를 꺾고 4강에 오른 화제의 주인공이다. 셰얼하오는 8강전에서 절대 강자 신진서 9단의 대마를 잡고 승리했으며, 쉬자양도 8강전에서 중국 1위 구쯔하오 9단을 치열한 집 바둑 끝에 꺾었다.
기세가 오른 두 중국 기사의 4강전은 다소 심심하게 진행됐다. 신진서의 대마마저 잡아 버린 괴력의 셰얼하오가 끊임없이 전투를 도모했으나 호흡이 긴 승부에서 강점을 보이는 쉬자양이 적절히 막아내며 변변한 싸움 없이 집 바둑으로 흘러갔다. 그렇다고 쉬자양에게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셰얼하오의 초반 공세를 막아내다가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쉬자양이 중국에서도 유명한 장고파라고 하지만 제한시간 2시간을 다 쓰고 1분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셰얼하오에겐 1시간 10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부족한 시간이 결국 사달을 냈다. 미세하나마 쉬자양이 우세했던 상황, 셰얼하오가 쉬자양의 우변 백 대마를 파고들었고 초읽기에 몰린 쉬자양이 작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인공지능 승률그래프가 흑 유리로 넘어갔다. 이후 40분 넘게 공방이 이어졌지만, 한번 기울어진 형세는 바뀌지 않았다. 쉬자양이 항복을 선언했을 때 셰얼하오에겐 아직도 47분이나 남아 있었다. 셰얼하오의 완승이었다. 8강전에서 신진서를 꺾은 게 우연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바둑이었다. 이날 승리로 셰얼하오는 생애 최초로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했다.
24일은 한국의 유일한 희망으로 남게 된 박정환 9단이 중국 4위 딩하오와 4강 대결을 펼친다. 1993년생 박정환과 2000년생 딩하오의 대결은 노련함과 패기의 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박정환이 경력에서 크게 앞선다.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자인 박정환은 후지쓰배(2011년)·LG배(2015년)·몽백합배(2018년)·춘란배(2019년) 등 메이저 세계 대회에서 모두 5차례 우승한 경력을 자랑한다.
딩하오의 세계 대회 우승 경력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지난 2월 끝난 LG배 우승이 유일한 세계 대회 챔피언 경력이다. 그러나 당대 중국 바둑의 최강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2021년 중국 국수전에서 당시 중국 최강이었던 커제 9단을 이기고 우승한 데 이어 열린 창기배에서 양딩신 9단을, 만구배에서 구쯔하오를 꺾고 중국 국내 기전 3개를 잇달아 우승하며 신예 강자로 떠올랐다.
두 기사는 기풍이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두 선수 모두 유연하고 단단하게 국면을 운영해 큰 싸움 없이 이기는 경우가 많다. 딩하오는 최근 기세가 좋은 반면에 박정환은 2021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상대 전적은 2승2패. 최근 두 번의 대결 모두 딩하오가 가져갔다.
지난해까지 27차례 열린 삼성화재배에서 한국은 모두 14회 우승했고, 중국은 11회, 일본은 2회 우승했다. 중국 선수끼리의 삼성화재배 결승전은 2019년 탕웨이싱과 양딩신의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흑 6집반 공제.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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