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네덜란드 극우 이끄는 '유럽의 트럼프', 헤이르트 빌더르스

정현진 2023. 11. 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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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자유당, 조기 총선서 의석수 1위 전망
유럽내 '우향우' 돌풍 연장선…연정 구성 난망
60대 고참 정치인, 올해 말 최장수 의원 등극

"20년간 정치적 아웃사이더였던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그 어느 때보다 권력에 가까워졌다." - 일간 가디언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유럽연합(EU)의 최악의 악몽이다." -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22일(현지시간) 치러진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자유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외신들은 일제히 빌더르스 대표에 주목하고 있다. 반이민·반이슬람 주의를 강조하며 한때 '네덜란드판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리던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이 차기 총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극우 정당과 손을 잡지 않겠다고 다른 정당들이 외치고 있어 연립정부 구성부터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사진 가운데)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하원 35석 확보 전망…연립정부 구성은 쉽지 않을 듯

빌더르스 대표는 이날 자유당이 하원 총 150석 가운데 가장 많은 35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내 팔을 꼬집어야 했다"며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망명과 이민 '쓰나미'를 끝내겠다"며 "유권자들이 '우리는 (기존 이민 정책에) 질렸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은 강력한 반이슬람 정책과 망명 허용 중단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이다. 이번 선거에서 자유당은 '네덜란드는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 네덜란드에서 이슬람교가 줄어들길 바라며 비서구권 이민을 줄이고 망명을 전반적으로 중단할 것'이라는 정책을 내놨다.

이번 총선은 네덜란드를 13년간 이끌어온 마르크 뤼테 총리가 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뒤 치러진 선거로, 네덜란드 정부 수장이 바뀌는 중요한 선거다. 네덜란드는 보통 총선 1위를 차지한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자로 추천된다. 출구조사 결과로 보면 빌더르스 대표가 추천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다만 네덜란드가 분극화된 다당제를 운영하고 있어 150석인 하원에서 최소 과반을 확보하려면 연정 구성이 필수적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자유당의 압승이 확정되더라도 출구조사에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 녹색당·노동당 연합 등이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2021년 총선 당시에도 뤼터 총리의 자유민주당이 연정을 꾸리기까지 299일이 걸려 역대 최다 기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빌더르스 대표는 "이제 정당들이 합의를 찾아야 할 때"라며 "우리(자유당)는 더 이상 무시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이민·반이슬람 주장에 살해 위협 시달려

빌더르스 대표는 1963년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98년 현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에 입당해 정치 생활을 시작했으나 2004년 당에서 나와 극우 성향의 자유당을 창당했다. 이때부터 반이민·반이슬람을 주장하면서 평생 살인 위협에 시달렸고 20년 가까이 무장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빌더르스 대표는 한때 '네덜란드판 트럼프'라고 불렸다고 AP가 보도했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카페에서 지지자들에게 '네덜란드에 더 많은 모로코인을 원하느냐'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돼 모로코인을 모욕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영국이 한때 그의 이러한 행보 때문에 입국 금지 조치하기도 한 바 있다.

올해 말 네덜란드 의회에서 최장수 의원이 되는 그는 경험 많은 고참 정치인이다. 최근 들어 네덜란드 정치권에서 또 다른 극우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유럽의 반이민 극우 바람이 부는 과정에서 그는 올해 큰 관심을 받았고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게 됐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번 조기 총선을 앞두고 빌더르스 대표는 반이민·반이슬람 주장의 수위를 다소 낮췄다고 한다. 이슬람의 상징인 모스크·코란 금지 주장을 철회할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신 주택 위기와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경제에 초점을 맞춰 선거 운동을 펼쳐왔다.

"EU 탈퇴 국민투표" 주장에 예의주시

네덜란드의 정치 판도가 당분간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럽연합(EU)과 회원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뉴스는 "네덜란드가 유로존 구제금융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수많은 이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번 조기 총선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유당은 네덜란드의 EU 탈퇴, 즉 '넥시트(Nexit)'에 관한 국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하는 등 EU에 부정적이다.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도 네덜란드가 주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부 건물에서 EU 깃발을 없애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EU는 내년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회 선거를 치른다. 최근 스위스, 핀란드,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 선거에서 극우·우파 정당이 큰 지지를 받는 가운데 네덜란드마저 극우가 정권을 장악해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티코는 "빌더르스 대표가 권력을 잡기 위해 EU 탈퇴 국민투표 요구는 철회를 하더라도 결국 EU 기관들과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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