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대어' 프랑스 잡은 황선홍호, 돈 주고 못 살 경험 쌓았다
[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클린스만호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으로 향하는 여정을 성공적으로 시작하는 동안 내년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황선홍호도 놀라운 성과를 냈다. 유럽으로 원정을 떠나 치른 친선전에서 프랑스를 3-0으로 대파한 것.
'슈퍼스타' 출신의 티에리 앙리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 21세 이하 대표팀은 유럽 축구에 관심 있는 팬들이 기대하는 특급 유망주들이 대거 몰려 있다. 마티스 텔(바이에른 뮌헨), 아르노 칼리뮈앙도(스타드 렌), 마그네스 아클리우슈(AS모나코), 치무아냐 우고추쿠(첼시), 브래들리 바르콜라(파리 생제르맹) 등 2002년생 이하는 물론 10대 후반의 특급 재능까지 모였다.
최근 프랑스 A대표팀이 뽑혀 화제가 된 2006년생 중앙 미드필더 워렌 자이르-에머리(파리생제르맹)도 원래는 이 연령대에 해당한다. 상황에 따라 올림픽을 준비하는 이 팀으로 합류할 수 있다. 황선홍호가 한살 많은 2001년생 선수들이 있었지만 경험하고 있는 리그의 수준을 볼 때 전력 차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축구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킬리안 음바페가 와일드카드로 출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1세기 프랑스 축구의 아이콘 중 한 명인 앙리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도 그런 포부의 일환이다.
그런 프랑스를 스파링 파트너로 삼은 것은 의미가 컸다. 당초 호주, 우즈베키스탄과의 국내 평가전이 추진됐지만 황선홍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인해 유럽에 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황선홍 감독은 현재 이 팀이 내년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AFC 23세 이하 아시안컵(이하 U-23 아시안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해도, 아시안권 팀보다 훨씬 높은 레벨의 전력을 지닌 팀과 겨루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일본 22세 이하 팀의 행보도 자극이 됐다. 자국에서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놓친 금메달을 파리올림픽에서 따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3월부터 독일, 잉글랜드, 네덜란드, 벨기에, 아르헨티나, 미국, 멕시코 등 강호들과 친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의 적극적인 요청을 대한축구협회가 받아들였고, 프랑스와의 친선전을 잡으며 극적으로 유럽행이 가능했다.
경기 내용은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달랐다. 전반에는 프랑스에 휘둘리며 주도권을 내줬고 수비하기 바빴다. 좌우 측면을 빠른 리듬으로 흔들고 들어오는 상대 공격에 고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위축되지 말고 우리가 해야 할 플레이를 하나씩 해 보라는 지시를 하프타임에 했다. 공의 소유를 잃지 않고 공격을 만들고 돌아올 것을 강조했다.
후반 차례로 들어간 정상빈, 홍윤상, 권혁규가 그런 변화를 일으켰다. 결국 후반 25분 홍윤상이 얻어 낸 페널티박스 정면에서의 프리킥을 정상빈이 오른발로 연결해 멋지게 골문을 갈랐다. 전반에는 버겁던 측면 공략도 성공했다. 후반 34분 왼쪽 측면에서 조현택이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고 상대 골키퍼가 쇄도하는 다른 선수에 쏠려 공을 흘리자 정상빈이 마무리했다. 추가시간에는 황선홍 감독이 원했던 정확한 볼 소유와 전개로 역습을 펼치며 홍윤상이 혼전 상황에서 세번째 골을 만들었다.
후반에 변화를 통해 극복을 해 냈다는 게 중요했다. 팀이 지향하는 플레이를 해낸 것도 컸다. 그것도 상대가 프랑스였으니 젊은 선수들이 챙겼을 경험치와 자신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성과였다.
황선홍 감독은 유럽에서 열리는 원정이지만 양현준(셀틱), 이현주(비스바덴)를 부르지 않았다. 두 선수는 현재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분류돼 있는 상태다.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센터백 이한범(미트윌란)도 최근 1군 경기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4월 올림픽 예선을 겸해 열리는 AFC 23세 이하 아시안컵 소집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연령대인 A대표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오현규(셀틱)도 같은 상황이다.
황선홍 감독은 이미 아시안게임 당시 이강인 소집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문제에 집착하기 않기로 했다. 대신 정상빈(미네소타), 권혁규(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처럼 소속팀의 시즌이 끝나거나 현재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을 불렀다. 내년 1월 소집 훈련, 3월 A매치 주간이 U-23 아시안컵을 앞두고 함께 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번 11월부터 아시안컵에 대비해 실질적으로 소집 가능한 대상만 추렸다.
프랑스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정상빈은 일찌감치 소속팀과 아시안컵 출전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는 상태다. 권혁규와 김지수의 경우도 소속팀 협조를 위해 에이전트 등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전 승리에도 고민은 남아 있다. 이 경기에서 황재원(대구)이 측면 수비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황선홍호는 와일드카드인 백승호(전북)를 중심으로 이강인, 홍현석(헨트), 정호연(광주), 고영준(포항)을 앞세운 강력한 중원 장악력과 다양한 공격 전개 방식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당시 멤버 중 고영준만이 U-23 아시안컵 출전이 가능하다. 이강인은 본선에나 가야 출전 여부를 타진할 수 있고 나머지 선수는 연령이 초과됐다.
그나마도 이번 프랑스 원정에는 고영준이 부상으로 동행하지 못했다. 중원 가용 자원을 고민하다 보니 고교 때까지 중앙 미드필더로 뛰어 현재 소속팀에서도 상황에 따라 그 포지션을 소화하는 황재원을 쓰는 실험을 해 본 것이다.
센터백 포지션은 또 다른 고민이었지만 오히려 프랑스전을 통해 힌트를 얻었다. 김지수 외에도 조위제(부산), 서명관(부천), 조성권(김포)이 유럽 팀을 상대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확인했다. 골키퍼 포지션도 신송훈(김천)이 프랑스전에서 선발로 나서 좋은 선방을 선보이며 문현호(충남아산), 백종범(서울), 그리고 부상으로 이번에 합류하지 못한 김정훈(전북)과 좋은 경쟁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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