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뭐가 찔리길래…후궁이 된 '첩의 딸' 다룬 사극 돌연 삭제

궁중 암투와 복수를 그린 중국의 인터넷 사극 드라마가 방영 이틀 만에 돌연 중단됐다. 일각에선 중국의 정치 현실을 연상케 하는 드라마의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지난 16일 방영을 시작한 온라인 유료 사극 미니 시리즈 '헤이롄화상웨이서우처(黑蓮花上位手冊)'가 불과 이틀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중국 온라인 유료 사극 미니 시리즈 '헤이롄화상웨이서우처(黑蓮花上位手冊)'가 지난 16일 방영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삭제 조치됐다. 사진 웨이보 캡처

온라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후궁이 된 서녀(庶女·첩의 딸)가 황제의 사랑을 얻어 점점 신분을 높여가면서 복수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첫 회 시청 횟수가 975만2000회에 달할 만큼 초반부터 큰 화제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24시간 만에 더우인(抖音·Douyin) 등 동영상 플랫폼들이 벌어들인 이 드라마의 시청료가 6000만 위안(109억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드라마 방영이 돌연 중단됐고, 이전 방영분도 모든 동영상 플랫폼에서 삭제됐다.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과 더우인 등 플랫폼들은 방영 중단 이유에 대해 "극단적인 복수,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불량한 가치관, 옳고 그름을 혼동하게 만드는 드라마로 플랫폼의 양호한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온라인 유료 사극 미니 시리즈 '헤이롄화상웨이서우처(黑蓮花上位手冊)'가 지난 16일 방영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삭제 조치됐다. 드라마의 한 장면. 사진 웨이보 캡처

하지만 현지 네티즌들은 "폭력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줄거리도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갑작스러운 방영 중단을 이해할 수 없다. 드라마에 대한 통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의견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직 못 봤는데, 진작 볼 걸 그랬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드라마가 중국의 현실을 연상케 하는 것을 우려한 당국의 개입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궁중 암투와 복수를 다룬 드라마의 내용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부패 척결을 내세운 고강도 사정(司正, 조사해서 바로잡다)을 하는 중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방송과 인터넷 관리 감독을 총괄하는 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은 최근 '인터넷 단막극 창작 생산 및 콘텐트 심사 세칙'을 발표하고 “1개월간 온라인 드라마 집중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 직후 더우인에서만 127편의 드라마 서비스가 중단됐다. 특히 폭력 조장이나 복수를 소재로 한 온라인 드라마들은 여지없이 ‘숙청’ 대상이 됐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