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때 쓰던 포탄을 아직도… ‘초진화’ 시작

송태화 2023. 11. 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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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사거리·정밀도 등 비약적 발전
내비게이션 장착 등 첨단 포탄 탄생
신형 포탄, 군수산업 미래 먹거리 낙점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진. 미8군과 미 제18야전포병여단이 2017년 9월 21일 충남 대천 일대에서 비상전개 준비태세 연습을 하면서 장거리 정밀탄을 발사하고 있다. 뉴시스

수십 년간 정체돼 있던 포탄 성능이 세계 굴지의 방산업체들의 개발 과정을 거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 포탄의 사거리와 정밀도·치사율은 19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위성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등 첨단 포탄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첨단 포탄이 실제 전장에 보급되면 현대전에서 군 포병의 역할 역시 극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155mm 국산 자주포. 국민일보 DB

BAE, 남모 등 첨단 포탄 개발 박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구식 포탄이 첨단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며 “일부 포탄은 미사일과 유사한 성능을 보이며 이전보다 값싼 비용으로 더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는 첨단 포탄 생산 시스템도 거의 갖춰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대표 방산업체 BAE시스템스는 155㎜ 곡사포에 사용되는 포탄의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보통 포탄이 작을수록 사거리는 길어진다. BAE시스템스가 개발한 이 최신 포탄은 포신에서 발사됨과 동시에 가벼운 금속 피복으로 감싸진다.

BAE시스템스의 전투임무 시스템 사업 담당 부사장인 짐 밀러는 “포탄이 더 멀리 발사되기를 원하면 포신을 연장하거나 추진제를 늘려야 했다”며 “지금까지 포탄 발사체 설계 방식은 제2차 세계대전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설계를 통해 52구경 포인 장사정포의 사거리를 두 배로 늘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자주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드론 넘나드는 현대전, ‘포탄 사거리’가 핵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목격했듯 현대 전투에서는 드론이 활용돼 포탄 사거리가 성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론이 포를 발견해 조준할 수 있기 때문인데, 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만큼 드론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노르웨이 무기 제조업체인 남모는 미국 항공사 보잉과 협력해 ‘램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포탄을 실험 중이다.

램제트 엔진은 압축기 없이 속도를 이용해 공기를 흡입해 추진력을 얻는다. 표준 포신 곡사포에서 발사되는 재래식 포탄의 최대 사거리는 약 24㎞에 불과하지만, 이 포탄은 50㎞까지 날아갈 수 있다.

남모에서 첨단 포탄 개발을 담당하는 오이빈드 리엔은 “이 포탄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남모는 지난달 보잉과 함께 미 애리조나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포탄 사거리가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다만 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포탄은 양산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실제 보급되기까진 최소 3년이 걸릴 예정이다.

이 외에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등 다른 주요 방산업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포탄을 현대화하기 위한 개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K2전차. 뉴시스

양산 체계 갖추는 게 첫 번째 과제

첨단 포탄이 전장에 보급되기까지 가장 큰 난관은 양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전쟁, 지구상에서 두 개의 큰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포탄 수요가 급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지난해 생산된 포탄은 약 30만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럽연합은 내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100만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120만발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BAE시스템스는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기 퓨즈를 사용하고, 포탄에 사용되는 강철의 등급을 소폭 낮췄다. 또 음파를 사용해 폭발물을 혼합하는 방법도 실험 중이다.

첨단 포탄은 방산업체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 될 수 있다.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은 이달 인수한 스페인 포탄 제조사의 올해 영업마진이 전체 사업 8.4%보다 월등한 25%라고 밝혔다.

CSIS 자료를 보면 155㎜ 곡사포용 포탄의 가격은 약 800달러지만, 최신 포탄인 ‘유도 엑스칼리버 포탄’은 6만8000달러에 달한다.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 아르민 파퍼거는 “포탄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면 한 발에 55만 달러에 달하는 미사일이 굳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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