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기의 기시다, 다음 총리는 누구?...'펀쿨섹좌'도 모임 만들며 출사표

이영희 2023. 11. 2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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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포스트 기시다', 즉 후임 총리 후보군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당내 지지자 결집을 위한 '공부회'를 구성하는 등 차기 총리를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일본 환경상. 로이터=연합뉴스


23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자민당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이 주도하는 '라이드셰어(Ride-Share) 공부회'가 전날 첫 모임을 가졌다. 라이드셰어는 우버처럼 일반 운전자가 자가용에 유료로 손님을 태우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본은 현재 라이드셰어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택시 운전자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정 정책에 대해 공부한다는 취지지만 일본 정계에서 공부회 구성은 본격적인 세 규합 모임의 의미를 갖는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전 총리의 차남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차기 총리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환경상 재임 당시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기후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의 발언을 하면서 한국에서는 '펀쿨섹좌'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공부회에는 자민당 의원들뿐 아니라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일본유신회와 입헌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도 참여한다. 특히 기시다 총리와 거리를 두고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측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경제안보상. AP=연합뉴스


앞서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도 지난 15일 외교·안보정책을 논의하는 '일본의 힘'이라는 공부회를 만들었다.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후계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총재선을 앞두고 우파 의원들의 지지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에게 인기, 이시바도 출마 의향


내각제인 일본에선 집권당 의원들과 당원들의 투표로 총리가 결정된다. 당원보다 국회의원의 표 가치가 훨씬 큰 만큼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당내 기반이 튼튼한 후보들이 주로 당선된다. 현재 자민당 내에서 차기 총재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거론되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은 당내 3위 파벌인 '모테기파' 수장이지만, 대중들에겐 인기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당내 기반은 약하지만 '아베 대항마'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일반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인물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다. 그동안 침묵했던 이시바 의원도 22일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출마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라면서 "(총리가) 되어 나라를 이런 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가지는 것은 국회의원의 소양"이라고 밝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산케이신문이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에 누가 가장 적합한가"는 질문에 15.2%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아사히신문의 18~19일 조사에서도 "지금 누가 총리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6%의 지지를 받은 고이즈이 신지로(小泉進次郎) 전 환경상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는 13%를 얻은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이었다. 고노 디지털상은 지난 총재선에서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결선 투표까지 올랐으나 기시다 총리에 밀려 낙선했다.


'여성 외상' 가미카와도 급부상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올해 봄만 해도 50%를 넘었으나 이후 잇따른 실책으로 인기가 급락하며 최근 조사에선 20%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11월 조사에선 아사히신문 21%, 마이니치신문 21%, 요미우리 신문 24%로 나타나 모두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지율 20%는 일본 정계에서 '위험 수위'로 평가된다. 현재의 하락세가 이어지면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된 내년 9월 이전에도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지난 8일 G7 외교장관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상. AP=연합뉴스


기존 후보들에 이어 최근 여러 언론에서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사람이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상이다. 올해 70세인 가미키와 외상은 아베·스가 정권에서 법무상을 역임하는 등 당내 기반이 탄탄한 데다 법무상 재임 당시 옴진리교 교주인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의 사형을 집행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도쿄대를 졸업하고 일본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유학한 후 미국 국회에서 일했던 경력도 주목받는다.

지난 9월 외상 취임 이후 활발한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가미카와 외상은 일한의원연맹 소속이다. 지난달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국경일 행사에도 참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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