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피해자 측 “분명히 싫다고 했다…2차 가해 심각”

황씨 형수 "지인들과 공유" 취지 발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씨의 불법 촬영 혐의 사건 피해자가 합의된 영상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며 메신저와 통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해당 내용에는 여성이 “내가 분명히 싫다고 얘기를 했잖아”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대목이 있어 불법 촬영 의혹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23일 황의조씨 입장문에 대한 반박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 씨가) 처음 통화에서는 반박하지 못하다가 그 후 갑자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며 "이것이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6월 피해자가 황씨에게 "내가 싫다고 분명 이야기를 했고 그날도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했고, 황씨는 "찍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고 답했다. 피해자가 "어찌 됐든 불법 촬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 근데 여기서 잘 마무리해주면 법적인 조치는 취할 생각은 없다"고 하자 황씨는 "(유포를) 최대한 막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황씨는 메시지를 보내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유하고 있던 걸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니까"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황씨 측이 전날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상대 여성도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셀프 유죄 인증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촬영물을 피해자와 함께 봤다는 것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불법 촬영 뒤 피해자에게 이런 것이 있다고 알려준다고 동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자가 동의해서 찍었다면 왜 교제 중에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피해자 측은 황씨 측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씨 측은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의 직업과 결혼 여부를 공개하며 "피해 여성의 신원이 노출될까 우려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해왔다. 악의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면 상대 여성과 같이 출석해 대질조사를 받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한 매우 심각한 2차 가해이자 명백히 피해자를 향한 협박과 압박"이라며 “범죄 행위를 반복하지 말 것을 경고하며 수사기관도 조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영상 유포 혐의를 받는 황씨의 형수 A씨의 영장 심사 과정에서 A씨가 "황씨가 지인들과 불법적으로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포 피해자가 한 명 더 있고 이 피해자는 황씨의 부탁으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해 "불법 영상은 사생활이 아닌 범죄"라며 "2차 가해에 동조하는 선택과 언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씨에 대해 "아직 혐의가 정확히 나오거나 입증된 것이 없다"며 앞으로의 차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변호사는 정부와 대한축구협회에는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 변호사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님들이 다 연관 돼 있지 않느냐. 평소에 (불법 촬영 문제) 감수성 있고 노력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았느냐"며 "정부 상위기관과 축협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