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노란봉투법’ 주요 내용과 쟁점은?(下)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사용자 개념 확대 ▲노동쟁의 개념 확대 ▲노조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 노란봉투법에 담긴 3가지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고,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 차이가 큰 쟁점이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정당한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 차질에 대한 책임은 노조나 노조원에게 물을 수 없도록 한 반면, 불법파업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반법인 민법상 공동불법행위 규정이 적용돼 사용자가 불법파업에 참가한 노조는 물론 노조원 개인에게도 손해 전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책임의 정도에 따라 사후에 내부적으로 구상을 통해 사후 정산이 이뤄질 순 있지만 일단 노조원 개인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전체 손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법원이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즉 파업의 불법성과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이 인정됐을 때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아직 공포·시행되지 않은 노란봉투법 조항들에 대해서는 판례가 없는 만큼 명확한 해석 기준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해당 조항이 애초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을 인정하는 단계부터 사용자 측에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취지인지, 아니면 지금도 판례를 통해 인정되고 있는 기여도에 따른 책임제한(손해배상액 제한)과 관련해 사용자 측의 입증책임을 규정한 것인지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다만 야당이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법안을 발의했다는 입법 배경과 개정안 제안 이유에 비춰 손해배상 청구 단계에서부터 사용자가 각 노조원별로 귀책사유를 입증해 그에 상응하는 손해액을 청구하라는 취지로 해석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는 부진정연대채무… 각자에 전액 손배청구 가능해현행 노동조합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 노조의 적법한 쟁의행위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노조나 노조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노동조합법이 불법적인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따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가 적용된다. 민법 제760조1항은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고, 2항은 ‘공동 아닌 수인의 행위중 어느 자의 행위가 그 손해를 가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때에도 전항과 같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조 3항은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문에는 ‘연대하여’로 표현돼 있지만,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자의 피해자에 대한 관계를 일반 연대채무보다 채권담보 효과가 큰 ‘부진정연대채무’ 관계로 해석하고 있다. 즉 공동불법행위자 각자가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의무를 부담하는 구조다. 부진정연대채무의 경우 채무자 사이에 ‘주관적 공동관계’가 있는 연대채무와 달리 변제 이외에 특정 채무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채무 면제 등 사유가 나머지 채무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쉽게 예를 들면 10명이 피해자를 집단 폭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10명 중 누구의 폭행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를 따질 필요 없이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10명의 공동가해자 각자에 대해 피해자의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 및 유족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총 배상액을 10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가해자 중 한명이 1억원을 변제하면 나머지 9명의 가해자의 채무도 9억원으로 줄어들지만, 유족이 가해자 중 한명의 채무를 면제해주더라도 나머지 가해자들의 채무는 소멸하지 않고 그대로 남게 된다.
다만 부진정연대채무는 애초부터 주관적 공동관계가 없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부담부분(책임비율)이 인정되지 않지만,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의 경우 각자의 과실 비율에 따른 구상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즉, 위 사례에서 실제 폭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아 과실 비율에 따를 때 5000만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가 유족에게 1억원을 배상했을 때 자신의 책임 범위를 넘는 5000만원에 대해서는 책임이 큰 다른 가해자에게 구상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
불법파업과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로 사례를 바꾸면 노조의 불법적인 직장점거로 사용자가 10억원의 손해를 입었을 때, 사용자는 노조와 노조원을 상대로 전체 손해액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일반적인 공동불법행위 사례에서 각자의 손해에 대한 책임비율을 따지지 않는 것과 달리 예외적으로 노조와 노조간부, 단순 파업 참가자의 책임비율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형평의 원칙을 근거로 책임비율에 따른 손해배상 제한을 인정해왔다. 노란봉투법과의 차이점은 이 같은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 제한은 재판 과정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해 법원이 판단해야 할 몫으로 손해를 입은 사용자가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를 일일이 입증할 책임은 없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배상의무자별 귀책사유·기여도 입증해야… 재계 “사실상 불가능”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기존의 노동조합법 제3조에 규정돼 있던 내용을 그대로 제3조 1항에 넣고, 노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2항과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배제하는 3항을 신설했다.
노란봉투법 제3조 2항은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개정안 제안 이유에는 “쟁의행위와 관련해 법원은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이들 각각의 불법행위 책임범위 여부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모든 공동불법행위자 각자에게 총 손해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고 있는 바, 근로3권이 헌법에 부여된 권리임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모든 행위자 각각에 대해 과다한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막아줄 필요가 있다”라며 “이에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해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라고 기재돼 있다.
노동계에서는 노조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사측이 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무기로 활용되는 등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의 큰 장애요소라고 주장한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소수의 노조원들에게 수백억원대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사례가 있었고,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에 시달리던 노동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다.
반면 재계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실상 이마저 무력화돼 불법파업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노조의 외부에 있는 사용자가 불법파업에 가담한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 등 조합원별 책임 범위를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용자가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으로서는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게 돼 결국은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개정안이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만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개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집단적 불법행위 발생 시 여러명의 채무자에게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민법의 원칙과 대법원의 입장에 반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행동권 행사가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때문에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하는 만큼 노사관계의 특수성이 감안돼야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쟁의행위의 경우이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까지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노란봉투법 제3조 3항은 ‘신원보증법 제6조에도 불구하고 신원보증인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개정안 제안 이유에는 “사용자가 쟁의행위 등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제3자인 신원보증인에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신원보증제도가 실제로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한다”라고 기재돼 있다.
노란봉투법 부칙 제1조는 개정법의 시행일을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로 정했고, 부칙 제2조(손해배상의 제한에 관한 적용례)는 ‘제3조 2항 및 3항의 개정 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해부터 적용한다’라고 규정,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한 정의 규정(제2조)과 달리 손해배상을 제한한 조항들은 소급 적용되지 않고 법 시행일 이후의 사안에만 적용됨을 명시했다.
대법원 지난 6월 현대차 파업 사건서 예외적인 책임제한 인정
한편 지난 6월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파업 참여 노동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조합원들에게 50%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라며 “따라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판결 선고 직후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노란봉투법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당시 한국노총은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묻지 마 식 손해배상 청구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로, 현재 국회 본회의 문턱에 계류돼 있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해당 판결이 노란봉투법처럼 파업에 참여한 개별 노조원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판결 취지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에 대해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대법원은 일정한 유형의 사안에서 형평의 원칙에 비춰 예외적으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책임제한 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라며 “이번 판결은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 책임제한 비율을 달리 할 수 있다고 본 기존 선례들의 연장선상에서,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개별 조합원 등을 상대로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안에서, 개별 조합원 등의 책임제한 정도는 개별 조합원 등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실제 대법원은 이미 2006년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주도한 노동조합의 지시에 따라 그 실행에 참여한 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돼 일단 그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해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즉 개별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상 단결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점, 노동조합의 의사결정과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에 가담자마다 질적인 차이가 있는 점 등 노동쟁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조합원들별로 책임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지, 언제나 조합원들의 책임이 제한된다는 취지의 판결은 아니며, 나아가 노란봉투법처럼 애초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단계에서부터 각 조합원별로 귀책의 정도를 따져 청구하라는 취지의 판결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선고 직후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해당 판결은 단체인 노동조합보다 개별 조합원들의 책임 비율을 낮게 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한 것으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부진정연대책임의 특별한 예외를 인정해 불법행위자 개별적으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제3조 2항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해당 대법원 판결은 현행법 체계 하에서도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와 단순 참가자가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을 통해 각자의 책임 정도에 따라 형평성에 맞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판결로 볼 수 있다.
국가경제 파급 효과 큰 사안…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노란봉투법 시행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 노동계와 재계가 극명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과 노동계는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위원회 대안)에는 근로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이 반영됐을 뿐이라며 신속하게 공포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정부·여당과 재계는 ‘파업의 만연화’로 이어져 산업현장에 큰 혼란과 분쟁을 가져올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분명한 건, 노란봉투법이 현행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점과 국가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매우 큰 법안임에도 과연 그 도입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사실이다.
노동 사건 전문 임동채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파트너 변호사는 “소위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하고, 그동안 사법적인 구제 수단을 통해 해결이 가능했던 권리분쟁마저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함으로써 법이 시행될 경우 파업이 빈번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임 변호사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간부는 불법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발생한 손해 전부에 대해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책임을 개별화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이 제한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기존에 확립된 법리와 대법원 판례에 대한 상당한 급진적인 변경으로 법적 안정성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은 사전에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고, 국회 내에서 치밀한 법 논리적 협의를 거쳐 개정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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