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경험 먹고 쑥쑥 자란 GS칼텍스 세터 김지원
국가대표 경험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여자배구 GS칼텍스가 프로 4년차 세터 김지원(22)의 성장과 함께 도약하고 있다.
4년 연속 봄 배구를 했던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5위까지 추락했다. 올 시즌도 우승후보로는 꼽히지 않았다. 주전 세터 안혜진이 어깨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쿼터로 태국 국가대표 소라야 폼라를 뽑았다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필리핀 출신 아이리스 톨레나다로 교체하는 소동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달랐다. 7승 3패(승점 19)를 거둬 흥국생명(9승 1패·승점 25)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엔 김지원이 있다. 2020~21시즌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김지원은 3년 동안 한 번도 선발 출전한 적이 없다. 백업으로 교체 출전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전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칭찬을 아끼는 편인 차상현 감독도 김지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22일 도로공사전(3-2승) 뒤 "안정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지원은 "비시즌에 못 쉬었지만, 체력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했다.
김지원은 발이 빠른 편은 아니다. 아직 경력이 짧고, 백토스가 이따금 흔들린다. 하지만 힘이 좋아 '볼끝이 살아 있는' 패스를 하고, 중앙 속공도 잘 쓴다. 특히 세터에게 필요한 판단력이 좋아졌다. 도로공사전에서도 상대 블로킹이 낮은 곳을 공략하거나, 블로커들의 허를 찌르는 토스를 해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승부처 5세트에서 외국인 지젤 실바에게만 공을 주지 않고, 강소휘와 유서연에게 분배해 효과를 봤다.
김지원은 "감독님이 어디로 공을 올릴지 폼에서 많이 보인다고 해 고치려고 했다. 공격수들을 편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에게 올라갈 거라고 상대가 생각할 테니까 국내 선수들에게도 줬다. 언니들이 잘 때려줬다"고 했다. 서브(8위·세트당 0.179개)도 좋다.
지난 여름 김지원은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외국 선수들의 높은 블로킹을 상대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요령을 저절로 익혔다. 김지원은 "대표팀에서 많은 경험을 한 게 지금 나오는 거 같다. 지난해보다 편해졌다"고 말했다.
주전으로서 경기를 많이 나서는만큼 책임감도 무거워졌다. 김지원은 "1라운드 3연승을 달릴 땐 배구가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경기에서 지면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내가 잘못 선택했나'란 생각도 들고, 복잡해졌다"고 털어놨다.
차상현 감독과의 호흡도 좋다. 1m74㎝인 김지원은 세터로서 단신은 아니지만 블로킹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평소 엄한 편인 차상현 감독은 김지원과 블로킹을 잡으면 용돈을 주기로 했다. 김지원은 도로공사전에선 무려 5개나 잡아냈고, 차 감독은 경기 후 곧바로 현금을 건넸다. 김지원은 "감독님이 내게는 '5대5'다. 화도 내시지만, 달랠 때도 있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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