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FA 재수→KIA 동행...고종욱 "야구는 행복하게 해야죠"
안희수 2023. 11. 23. 07:10
프로팀 입단 13년 만에 행사한 자유계약선수(FA) 자격. 고종욱(34)은 돈보다 낭만을 좇았다.
2023시즌을 마치고 FA 권리를 행사한 외야수 고종욱은 지난 21일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기간 2년, 총액 5억원(계약금 1억원·연봉 1억 5000만원·옵션 1억원)에 계약했다.바로 전날(20일) 내야 FA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와 72억원(기간 최대 6년)에 계약했고, 통산 169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투수 김재윤은 22일 최대 58억원(4년)을 받고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초반부터 가열 양상을 보이는 FA 시장에서 고종욱의 계약은 초라해 보인 게 사실이다.
선수에겐 의미가 남다른 계약이다. 2011시즌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데뷔한 고종욱은 2021시즌까지 출전한 856경기(2938타석)에서 타율 0.304를 기록할 만큼 빼어난 콘택트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2021시즌이 끝난 뒤 소속팀이었던 SSG 랜더스에서 방출됐다.
추운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던 2021년 12월, 고종욱은 KIA가 내민 손을 잡고 새 출발한다. 적응은 쉽지 않았다. 치열한 내부 외야 경쟁에서 밀리며 주로 대타로 나서야 했다. 2022시즌 6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데뷔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지만, 권리 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고종욱은 2023시즌 114경기에서 타율 0.296를 기록하며 재기했다. 주전 외야수는 아니었지만, 김종국 KIA 감독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세우는 대타 1옵션으로 활약했다. 교체 출전 경기에서 타율 0.286를 기록했다. 시즌 득점권 타율(0.346)도 매우 높았다.
고종욱은 올해 다시 얻은 FA 자격을 행사했다. 보상선수 없이 직전 연봉(7000만원)의 150%만 보상하면 되는 C등급 FA였기 때문에 다른 팀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고종욱의 선택은 KIA였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방출 직후)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준 팀이다. 지난 2년 동안 이 팀에서 뛰며 구단과 동료, 지역(광주)에 모두 적응했다.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약 기간은 고종욱도 아쉽다. 옵션 달성 조항을 넣더라도 3년(2+1) 계약은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고종욱은 "심재학 단장님은 넥센 소속 시절부터 지도자와 선수 사이로 인연이 있었고, 김종국 감독님께서도 올 시즌(2023) 내가 대타 요원으로 빛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셨다. 단장·감독님을 믿고 있기 때문에 나만 (기량을) 증명하면 2년 뒤에도 KIA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더 좋은 대우를 받고 뛸 수 있는 팀이 있었다. 그래서 가족과 지인들이 더 아쉬워했다. 고종욱은 그들에게 "야구를 하면서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한데, KIA에선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라는 속내를 전했다고 한다. 결국 주위로부터 응원을 받았다고.
고종욱의 '행복 야구' 원천은 KIA팬 응원이다. 남은 선수 생활 목표는 KIA팬에게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그는 "KIA는 어떤 구장을 가도 많은 응원을 받는다. 솔직히 선수로서 야구할 맛이 난다"라고 했다. 이어 고종욱은 "KIA는 분명히 정상을 노릴 수 있는 팀이다. 나도 더 좋은 모습을 드리겠다. 광주에서 다시 한번 쏟아내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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