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대통령 참모'라는 5마리 복제견…시작은 황우석이었다

이유정 2023. 11.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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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지난 19일 당선된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하비에르 밀레이(53)는 “전기톱으로 정부 지출을 삭감하겠다”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동시에 장기 매매 합법화, 중앙은행 폐쇄 등 극단적 주장으로 ‘아르헨의 트럼프’란 별명도 얻었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현지 매체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는 그의 독특한 행보와 함께 선거 기간 밀레이가 보인 각별한 개 사랑을 조명했다. 밀레이는 자신의 개를 “네 발 달린 아이들”이라 부르며 “내 개들은 세계 최고의 전략가”라고 소개해왔다.

‘정치 이단아’ 밀레이는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 등 외엔 측근도 거의 없다. 경제학자 출신이자 방송인 출신으로, 2년 전 아르헨티나 하원에 처음 입성한 뒤 대통령까지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스는 “최초의 개 보좌관을 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밀레이 “반려견과 텔레파시로 대화”


지난 9월 하비에르 밀레이(가운데) '전진하는 자유' 대선 후보가 여동생 카리나(왼쪽)와 함께 전기톱을 들고 유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최초의 개 내각’은 적어도 밀레이에겐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밀레이는 평소 “텔레파시를 통해 개와 이야기할 수 있으며, 신으로부터 대통령이 될 것이란 계시도 전달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에 관한 책을 쓴 현지 언론인 후안 루이스 곤잘레스는 “밀레이의 개들이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에게 조언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한 아르헨티나에 불안정한 지도자가 들어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밀레이는 지난 9월 “만약 대통령에 당선되면 동물 복제에 헌신한 아르헨티나 과학자를 영향력 있는 국가 과학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하겠다”고 선언했다.

밀레이는 앞서 2004년 첫 반려견 ‘코난’을 얻었고, 돈이 없는 시절엔 자신은 하루 피자 한 조각으로 버티면서도 고가의 개 사료를 사서 코난에게 먹였다고 한다.

그런 코난이 2017년 암으로 죽게 되면서 밀레이는 엄청난 상실감을 겪었다. 밀레이는 코난을 되살리기 위해 2018년 미국의 유전자 보존 업체 퍼페추어스에 코난의 피부 조직을 보냈고, 같은 해 복제견을 생산했다. 비용으로는 복제 비용만 약 5만 달러(약 6500만원)을 지불했다. 남은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지금도 매년 100달러를 이 업체에 지불하고 있다.


5마리 보냈는데…복제 코난 미스터리


퍼페추어스의 로널드 길레스피 대표는 NYT에 “대리모견을 통해 여섯 마리 복제견을 얻었지만 한 마리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면서 “총 다섯 마리를 밀레이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밀레이는 그중 한 마리는 첫 반려견 이름을 따 코난으로 명명했고, 나머지 네 마리에겐 밀턴, 로버트, 루카스, 머레이란 이름을 붙여줬다고 길레스피에게 말했다고 한다. 네 마리 개의 이름은 미국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머레이 로스버드,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루카스에서 왔다. 밀레이는 2018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난은 말 그대로 나에게 아들이며, 나머지 네 명은 내 손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밀레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손자견 네 마리만 공개해왔다. 이와 관련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는 “밀레이가 공개하고 있지 않은 한 마리의 행방은 알 수 없다”고 했다. 밀레이가 “코난”을 언급할 때 ‘원조 코난’인지 ‘복제 코난’인지는 알 수 없다. “평소 거침 없는 발언을 해온 밀레이지만, 그에게 개에 관해 자세하게 묻는 건 금기”라고 미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다시 보고 싶어” 반려견 복제하는 사람들


지난 2005년 개 복제에 성공한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박사(오른쪽) 연구팀이 복제 원본 `타이`(左)와 복제 개`스너피`(右)를 공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밀레이의 당선으로 반려견 복제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의 동물 전문 매체 AZ애니멀스에 따르면 2005년 최초의 복제견 ‘스너피’가 탄생한 이후로, 최근 몇 년 간 반려동물 복제 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당시 한국의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박사팀이 최초의 개 복제를 성공한 뒤로 복제 산업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개 복제는 체외 수정 시술(IVF)과 유사한 절차를 밟는다. 채취한 난자에 정자를 주입하는 대신,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반려동물의 피부 조직 등에서 추출한 세포핵을 난자에 주입한 뒤 배아를 대리모에 이식한다. 비용은 개를 생산하는 데만 5만~7만 달러고, 대리모 견이 임신하고 출산하는 동안 드는 보호 비용과 특별 배송비 등을 더하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른다고 한다. 2022년 기준 1500마리 이상의 개가 복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가수 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81)도 2018년 사망한 코통 드 툴레아종 반려견을 복제해 두 마리를 새로 얻었다. 싱가포르에 사는 수의사 장폴 리(73)는 2021년 사망한 반려견 ‘칸’을 중국에서 복제해왔다. 그는 올해 8월 현지 일간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죽었던 반려견이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는 것처럼 돌아와 인사했다”면서 “그를 보고 눈물이 터졌다”고 말했다.

찬성론자들은 반려견 복제로 ‘펫 로스’ 등으로 인한 상실감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의사 리는 “나는 단지 내 개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을 뿐”이라며 “개는 때로 가족보다 더 많은 위안, 애정을 준다”고 했다. 반면 가수 스트라이샌드는 최근 공개한 자서전 ‘마이 네임 이즈 바브라’에서 “개의 외모는 복제할 수 있었지만, 영혼은 복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외모가 같더라도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성격까지 복제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동물 보호 단체 “윤리 문제 심각”


동물 보호 단체들은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싱가포르 동물학대방지협회의 아르티 산카 이사는 “복제 과정에서 동물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이 초래될 수 있으며, 복제 동물들의 초기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한 마리의 개를 복제하려면 100개 이상의 난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각국은 동물 복제에 관한 한 규제가 엇갈린다. 유럽ㆍ영국은 상업 목적의 동물 복제는 금지하는 추세고, 미국은 특별한 규제를 두고 있지 않다. 미 식품의약처(FDA)는 2008년 식용 동물 복제도 원칙적으로 허용했다. 중국은 동물 복제 사업을 활용한 스타트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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