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미 ‘두 개의 전쟁’ 눈 쏠리자…북, 중·러 업고 핵고도화 사활
미국은 ‘두 개의 전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폭주’를 모르는 척 다른 곳을 쳐다본다. 러시아는 무기 거래를 하면서 북한에 군사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미·중·러의 상황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에 놓인 판이 이렇다. 지난 21일 심야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이런 ‘기회의 창’을 활용한 도발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전날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수차례 추가 발사까지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곧바로 재발사를 예고했다. 또 지난 9월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탄약과 포탄 지원을 대가로 위성 기술 전수를 약속받는 등 조급함을 숨기지 않았다.
데드라인이라도 정해놓은 듯 서두르는 김 위원장의 행보 뒤에는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가을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를 의식했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과 ‘아름다운 편지’를 주고받으며 냉·온탕의 관계를 지속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김 위원장에게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위성 발사는 일종의 ‘계획범죄’지만 기회를 잘 노린 측면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거침없는 패권 확장 기도는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세계 곳곳에서 도전 세력의 위협에 맞닥뜨려 다극 체제로 변화하는 지금이 북한으로선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현재 러시아는 국제 규범을 무시하며 북한과 손발을 맞추고 있는 데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 중단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외면한 채 이를 방치 내지는 묵인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두 개의 전쟁’에 관여하며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런 구도는 김 위원장의 위험한 자신감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1·2차 위성 발사 때도 회의를 소집했지만 추가 제재는커녕 아무런 결과물도 내놓지 못했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이 치를 대가가 작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군사·외교적으로 실효성 있는 조치는 모두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규정한 ‘9·19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했다. 또 북한의 추가 도발 시 남북 군사합의의 다른 조항에 대해서도 효력 정지에 나설 방침이다.
대외적으로 정부는 주요국을 중심으로 공동전선 구축에 골몰하고 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22일 열린 데 이어 조만간 북한 위성 발사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의 위성 발사 성공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곧 우려했던 러시아의 대북 군사기술 이전이 사실상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추가 대북·대러 독자 제재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여러 주요국의 독자 제재가 중첩적·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안보리 제재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유지혜·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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